정병일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65)가 자진사퇴했다.
8일 인천 구단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7일 유종복 인천시장과 선수단이 회식을 갖는 자리에서 유 시장이 정 대표이사의 자진사퇴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조만간 사표가 수리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귀띔했다.
이유는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정 대표이사가 올 시즌 강등권에 맴돌고 있는 팀 순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이사는 지난 12월 중순 박영복 사장의 후임으로 인천의 수장이 됐다. 2001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해 대통령 비서실에서 일하기도 했던 정 대표이사는 인천시 기획관리실장과 행정부시장을 역임했다.
'행정의 달인'다웠다. 정 대표이사의 첫 임무는 지난 해 벌어졌고 향후에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선수단 임금체불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었다. 정 대표이사는 인천시와 소통해 시에서 구단에 후원하는 명목 중 한 가지를 아예 선수단 급여로만 사용할 수 있게 묶어놓아 기본 급여가 체불되는 상황을 원천봉쇄시켰다.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 탓에 이번 시즌부터 대행을 떼고 정식 지휘봉을 잡은 이기형 감독에게 풍족한 지원을 해주지 못했다. 조수혁 요니치 진성욱 박대한 권완규 조병국 등 주전급 중 70%가 빠져나가 새판을 짜야 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이들만 있었어도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정 대표이사는 '의리의 사나이'였다. 성적부진에 대한 부분을 코칭스태프에 전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사퇴가 선수단에 분위기 전환이 될 수 있길 바랐다. 특히 주변에서 이 감독을 흔드는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 구단주인 유종복 시장도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팀을 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은 10위를 차지해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지난 시즌과 비슷한 상황을 맞고 있다. 3승11무11패(승점 20·8일 현재)를 기록, 11위에 처져있다. 순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펼쳐야 한다. 구단 수장을 잃은 인천의 2017년 운명은 어떻게 될까.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