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가게 캠페인-15. 광주광역시 동구 문화전당로 '마한지'
광주 지하철 문화전당역 인근 대로변에 '마한지'라는 고깃집이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나눔 캠페인에 동참, 매월 기부금을 내는 '착한가게'다.
지역 맛집으로도 선정된 꽤 이름난 곳인데,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선 아주 고마운 가게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이형철 사장(53)의 마음 씀씀이 때문이다.
이 사장은 2년 전부터 매일 '효밥상'을 차리고 있다. 뜻이 맞는 주변의 몇몇 음식점과 함께 거동이 가능한 홀몸노인들을 식당으로 모셔 하루에 한 끼를 대접하는 생활 속 나눔 활동이다. 그 상차림을 '효밥상'이라 부른다.
홀몸노인들 도울 방법을 찾다가 그들의 열악한 영양 상태부터 개선하자고 시작한 일이다. 돌보는 가족도 없는 그들에게 하루에 한 끼라도 제대로 챙겨 건강을 지켜드리고 싶었다.
효밥상은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홀몸노인들을 아무리 정성껏 살핀다 하더라도 다들 생업에 쫓기는 몸이라 매일같이 가정을 방문하기란 쉽지 않은 일. 한데 그들이 매일 식당으로 찾아오니 자연스럽게 건강도 챙기고 안녕도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작년에 아무 연락도 없이 이틀이나 식사하러 오지 않은 어르신이 계셨어요. 무슨 일인가 걱정이 돼서 담당 복지사에게 연락해 가정을 방문하게 했죠. 안타깝게도 고독사하셨더라고요. 그날부터 어르신들 챙기는 데 더욱 정성을 쏟으며 신경도 각별히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대접해 드리는 한 끼가 어르신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돌발적인 상황을 체크하는 기능을 겸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요."
자수성가한 이 사장이 주위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건 가게에서 일하는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 때문이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고 실천하다가 점차 동네일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현재 가게가 있는 서남동의 주민복지공동체 위원장을 맡고 있고,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한다.
공동체 위원들과 틈나는 대로 홀몸노인을 보살피고, 연말이면 청소년 가장이나 김장할 여건이 안 되는 이들에게 김치를 보내주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원비도 지원하고 있다. 작년엔 자치위원회 활동 중에 현금 200만 원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문화가정의 어린 자녀들에게 서적을 보내고 있으며, 올여름 폭염을 앞두고는 선풍기 50대를 마련해 홀몸노인들에게 제공했다. 물론 양로원이나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기부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사장은 여러 나눔 활동을 벌이면서 빼놓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 캠페인' 동참 권유다. 훌륭한 취지에 대한 공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한지가 착한가게 회원이 된 지 이제 겨우 1년이라는 아쉬움도 깔렸다. '착한가게 캠페인'에 대한 얘기를 스쳐 듣기만 했어도 그 즉시 회원으로 가입했을 그다. 한데 캠페인을 뒤늦게 알았고, 더불어 회원가입도 늦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착한가게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더욱 광범위한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몰라서 못 하지 그 좋은 취지를 알만 누가 가입하지 않겠느냐며.
"비록 작은 일이지만, 형식보다는 내용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부나 봉사 같은 이웃에 대한 생각이 현실적으로 보탬이 돼야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최근엔 홀몸노인들에게 '반려식물'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화분에 물을 주고 가꾸며 무료함도 달래고 꽃 피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재미와 희망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효밥상에 이은 반려식물. 참으로 기발하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에도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광주=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착한가게란?
중소 규모의 자영업소 가운데 매월 3만 원 이상 일정액을 기부해 나눔을 실천하는 가게를 뜻한다. 2005년 1호를 시작으로 13년째인 올해 4월 2만 호 착한가게가 탄생했다. 착한가게에 가입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인증 현판을 달아주고 해당 업소의 소식을 온·오프라인 소식지에 실어 홍보한다. 특히 오는 6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집중 가입 기간에는 골목이나 거리에 있는 가게들이 단체로 가입하여 새로운 착한골목과 착한거리도 탄생할 예정이다. 주요 협회 단위의 회원 가게들이 동참하는 단체형 가입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입문의 : 홈페이지(http://store.chest.or.kr/), 사랑의열매 콜센터(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