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서비스 선진화를 이끌어 온 쌍두마차가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이다. 1989년 개원한 서울아산병원과 5년 뒤인 1994년 문을 연 삼성서울병원은 세간에서 '재벌 병원'으로 불리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새 의료 장비 도입이 삐걱거릴 때 최고경영진에게 "삼성(아산)은 있습니다" 한 마디면 결재가 일사천리라고 두 병원 관계자들은 전하곤 했다. 이처럼 매사 경쟁했지만, 두 병원은 전통의 양대 명문인 서울대 의대-연세대 의대처럼 서로 '소 닭 보듯' 하지는 않았다. 이는 두 병원의 초기 의료진 다수가 서울대 의대 선후배로 엮였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개원 당시 서울대병원에 남지 못했던 서울대 출신 '재야의 유망주'를 훑다시피 데려갔고, 5년 뒤 삼성서울병원은 '여전히 숨어 있는 보석 찾기'를 통해 초기 의료진을 짰다. 서울아산병원에 가 있던 의사 몇몇도 스카우트했다.
두 병원은 모든 면에서 정주영과 이병철만큼 스타일이 다르다. 서울아산병원은 '불도저 스타일'로 '잘 하는 의사를 전폭 지원'하며 키웠고, 이들은 이후 심장질환, 장기이식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실적을 냈다. 후발주자 삼성서울병원은 '반도체 스타일'로 전체 의료진을 꼼꼼하게 관리하며 육성했다. 서울아산병원 모 교수는 "집안일로 휴가원을 냈더니 '의사가 알아서 쉬면 되지 연월차를 내냐'더라"고 분위기를 전했고, 삼성서울병원 모 교수는 "새로 부임한 동창 환영회를 했다가 위에서 '병원 내 사모임은 금물'이라고 경고받았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의 서비스 수준을 호텔급으로 올려놓았다. 이 병원은 원내 서비스 체크를 할 때 조사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 조사 동선이 '동→서'였으면 내일은 '서→동'으로 돈다. 지난해 한 달 간격으로 삼성과 아산에서 가족이 암 수술을 받은 필자의 지인은 "아산은 의사 중심으로, 삼성은 환자 중심으로 움직이더라"고 말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이 진료 실적을 바탕으로 한 발 앞서 달리고, 삼성서울병원이 시설 투자 등에 힘을 쏟으며 추격하는 양상이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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