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선수의 활약으로 가는 팀이 아닙니다."
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엔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날 제주와 광주가 맞붙었다.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폭우 속에 벌어진 혈투. 결과는 1대1 무승부였다. "너무 많은 비로 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조성환 제주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쉽게 승리를 놓쳤지만 최근 12경기 연속 무패행진(8승4무)을 이어가며 승점 59점을 기록했다. 제주는 같은 날 수원과 1대1로 비긴 선두 전북(승점 62)과의 격차를 승점 3점으로 유지했다.
장대비에 홀딱 젖은 조 감독. "악천후 속에서 더 영리하게 경기했어야 했다"며 따끔한 지적을 했지만, 어려운 경기 버텨준 선수들에게 고마웠다. "그래도 선수들이 예전처럼 위기에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버텨내는 게 생겼다."
조 감독의 말대로 제주는 지는 법을 잊었다. 더 이상 '다크호스'가 아니다. 제주는 클래식 강자로 거듭났다.
"아유 아직 많이 남았는데요~." 웃으며 손사래 치는 조 감독. 한사코 아니라고 하지만 표정엔 당당함이 베어있었다. 틀림없는 자신감이다. 무패 원동력은 무엇일까. "특별한 건 없다"고 입을 연 조 감독은 "선수단 전원이 하나돼서 한 목표로 최선을 다 해 달리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전북, 서울 등 기존 강팀들보다 덜 주목받는 제주지만, 수준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올 시즌엔 브라질 출신 마그노를 비롯해 에이스로 거듭난 이창민 그리고 플레이메이커 윤빛가람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런데 조 감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는 몇몇 선수의 활약으로 가는 팀이 아니다."
조 감독은 "스플릿 앞둔 시점에서 올 시즌처럼 우승권에 가까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공수에 걸쳐 모든 선수들이 묵묵히 제 몫을 해주고 있기에 흔들림 없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묵묵히, 꾸준히. 조 감독이 말하는 제주 '원팀지론'의 골자다. 조 감독은 '뒤에 있는 선수들'도 놓치지 않는다. "출전이 적은 선수들도 최선을 다한다. 주전들보다 더 어려운 마음일텐데 최선을 다 해주며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방심은 금물이다. 조 감독은 제주를 상징하는 주황빛 넥타이를 고쳐 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적지 않은 경기들이 남아있다"며 "팀에 자리잡은 긍정적인 긴장감을 끝까지 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감독은 지난달 17일 울산전을 통해 제주 지휘봉을 잡고 100경기를 치렀다. 조 감독은 광주전서 제주 구단으로부터 100경기 기념 트로피를 전달받았다. 조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 충실히 하다보니 100경기 됐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100경기 아닌 100승 향해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귀포=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