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KIA 타이거즈를 마지막날까지 괴롭힌 두산 베어스는 '화수분 야구'의 전형이라고 불린다.
지난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했던 두산의 원동력은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부침없이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쳐보이며 팀을 정규리그 우승 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 4연승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 정규리그 2위를 만든 원동력은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 주전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공백을 느낄 수없을 정도로 백업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쳐줬다.
시즌 초에는 부진했던 2루수 오재원을 대신해 최주환이 맹활약을 했다. 4월말부터 선발 기회를 얻기 시작한 최주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맹타를 휘둘렀다. 그렇게 5월에 3할5푼을 때려내며 주전 자리를 맡았다. 8월 살짝 주춤했던 최주환은 최근 타격감이 오르지 않는 허경민을 대신해 3루수로도 출전하며 활약중이다.
6월에는 백업 외야수 정진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정진호는 6월 7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2번-우익수로 선발출전해 1회 좌익선상 2루타, 2회 우중 3루타, 4회 중전 안타, 5회 우월 2점 홈런을 터트리며 KBO리그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5회만에 달성해 역대 최소 이닝 기록까지 가지게 됐다. 6월말부터는 민병헌의 손가락 부상으로 선발 출전 기회가 잦아지며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김재호가 허리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자 백업 유격수 류지혁이 돋보이고 있다. 그는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양의지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을 때는 박세혁이 팀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차 전체를 조율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자주 백업 선수들의 성장에 만족감을 보여왔다. 김 감독은 "오더 짜기가 편해졌다"며 일례로 "예전에는 양의지를 어떻게든 뛰게 하려고 했을 텐데 이제는 휴식이 필요하다 싶으면 그냥 박세혁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올해처럼 두산이 '화수분 야구'의 덕을 본 해도 드물다. 그만큼 백업선수들이 활약이 눈에 띄었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든든한 부분이 바로 이같은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