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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GS칼텍스', 마케팅으로 일군 'New 장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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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줄이 왜 이렇게 길어?" "오늘 GS칼텍스 경기 있나보다."

쌀쌀한 날씨의 12일 오후 12시20분.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5번 출구 앞을 지나가던 행인들의 대화였다. 동국대 방향으로 나아가던 그들의 발걸음은 이내 서울장충체육관으로 향했다. "야! 우리 GS칼텍스 경기 보고 가자."

이날 장충체육관의 주인, GS칼텍스가 흥국생명과 맞붙었다. 경기 시작은 오후 2시. 통상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관중을 입장시킨다. 하지만 30분 앞당긴 오후 12시30분 관중 입장이 시작됐다. 대기 인원이 많아 줄이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추위도 한몫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줄이 길어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데다 날씨까지 추워 팬들이 고생하실까봐 빨리 모시기 위해 더 분주히 움직였다"고 했다.

체육관 내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 시작 전부터 다양한 이벤트로 관중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신 없이 웃고 즐기는 사이 전광판에 선수들의 얼굴이 나온다. 카메라가 익숙치 않아 다소 어색한 표정. 여기에 관중들은 또 웃는다. 화면 속 선수들은 손짓 발짓 다 동원해 응원을 부탁한다. 그 애절함(?)에 관중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보고있자니 눈코 뜰 새 없다. 이젠 Kixx데이 '나현정의 날'이라며 락(Rock)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전자기타 연주가 고막에 꽂힌다. 정신 차릴 만하니까 EDM(Electronic Dance Music) 사운드에 맞춰 야광봉, 야광깃발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게 선수 입장이었다.

얼마 뒤 조명이 켜지고 선수들이 인사를 한다. 관중석은 이미 함박웃음이다. 앉아있는 사람이 없다. 모두 일어나서 GS칼텍스와 선수 이름을 외친다. 이쯤 되면 경기 결과는 중요치 않다. 장충체육관은 배구 축제의 장이었다. 이날 256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이는 2014~2015시즌 장충체육관으로 복귀한 이래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역대최다는 3927명.

단발성이 아니다. 올 시즌 GS칼텍스의 1라운드 평균관중은 2006명이다. 지난 시즌(1라운드 평균관중 1773명)에 비해 200명 이상 증가했다. 앞선 홈경기였던 지난 4일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상품 현장판매 매출 100만원을 넘겼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적다면 적은 액수지만 이제 시작인데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여자팀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New 장충시대'의 막이 올랐다. 비결은 관중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GS칼텍스만의 '다이내믹 마케팅'이다. GS칼텍스는 주요 선수(나현정 이소영 강소휘) 커스텀 카드를 제작해 이를 '5경기 입장권'으로 판매한다. 여기에 주요 선수 스페셜 데이를 개최해 선수들과의 스킨십 기회를 확장했다. 예를 들어, '나현정의 날'엔 '나현정 카드 입장권' 구매자들에게 포토타임과 한정 클래퍼가 제공된다. 또, 선수 퀴즈 이벤트, 사다리 게임, 셀카 타임, 미니 인터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돼있다.

올 시즌부터 V리그 여자부 분리 운영이 정식 시행됐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이에 앞서 지난 시즌부터 독자적으로 경기 운영을 해왔다. 관중들의 혼을 쏙 빼놓는 '다이내믹 마케팅'은 그 노하우의 산물이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시즌부터 미리 분리 운영을 하면서 남자 팀 제외한 순수 우리 팀 관중에 대한 분석을 했다. 그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GS칼텍스 만의 마케팅 전략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장충=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