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두판승부다.
29일 오후 7시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부산과 울산이 격돌한다. 2차전은 12월 3일 오후 1시30분 울산월드컵경기장이다.
2017년 시즌 국내축구의 종결을 알리는 마지막 무대다. 부산과 울산에게는 마지막 기회, 희망이다.
두 팀은 각자 다른 이유로 FA 우승컵을 바라보고 있다. 부산은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주 상무에 아쉽게 밀렸다. 2차전에서 합산 스코어 1대1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지만 승부차기 실축 1개때문에 눈물을 쏟아냈다.
울산도 독을 품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K리그 클래식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강원에 승리했지만 3위 경쟁팀인 수원이 전북에 승리하는 바람에 3위 탈환에 실패했다. FA 우승컵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마지막 출전권이 걸려 있다. 부산은 클래식 승격 실패를 '면피'해야 하고, 울산은 정규리그에서 따지 못한 출전권이 걸린 재도전 무대다.
▶부산 '뭐 하나 유리할 게 없는데…'
부산은 말 그대로 망연자실이다. 지난 26일 상주와의 승강 PO 2차전이 끝난 뒤 상주시민운동장의 부산 라커룸은 눈물바다였다. 심리적-신체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부산의 올시즌 최대 목표는 클래식 복귀였다. 사실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면 FA컵 결승전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기로 했었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염원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다, 고 조진호 감독의 영전에 바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따른 심리적 충격은 헤아리기 힘들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A대표팀 소집에 따른 공지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이정협에게 전화를 했는데 너무 울어서 대화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승강 PO 2차전에서 연장까지 120분, 승부차기 진땀 승부를 펼치는 동안 선수들 체력도 거의 바닥이 났다. 부상 회복중인 임상협이 정상은 아니지만 출전 강행을 검토중이고 외국인 공격수 레오도 2차전에 교체 출전하며 부상 회복을 알렸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클래식 승격 실패로 이른바 김이 빠지는 바람에 홈 팬들의 응원, 홈경기의 이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무엇 하나 유리할 게 없지만 너무 큰 화를 겪었던 만큼 '전화위복'을 바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사에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FA컵 역사상 챌린지팀이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이번 부산이 최초다. 나아가 우승으로 ACL 진출권을 획득하면 챌린지팀이 ACL에 출전하는 역사적 첫 사례로 기록된다. 부산에는 '클래식 킬러'라는 자부심도 남아 있다. 32강전 포항을 시작으로 16강 서울, 8강 전남, 4강 수원까지 클래식팀을 차례로 무너뜨렸다. 이승엽 부산 감독대행은 28일 부산 파크하얏트에서 열린 2017년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클래식 승격이 무산됐지만 마지막 2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 고 조진호 감독께 드려야 할 선물도 있다"고 다짐했다.
▶울산 '무관의 한 풀어보자'
울산은 일단 심리적-신체적으로 부산에 비해 크게 유리하다. K리그 최종전에서 강원에 승리하고도 3위를 잡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이미 열흘이 지났다. 체력적인 부담은 물론 심리적인 충격도 치유하는 데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동 자원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 유일한 부상 선수는 박용우다. 10월 22일 제주전 홈경기에서 코뼈 부상으로 수술을 받는 바람에 시즌을 마감했다. 공-수 연결고리에서 알토란 역할을 했던 박용우의 공백이 아쉽지만 부상에서 복귀해 리그 막바지 출전을 시작한 강민수 정동호가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올시즌 부산이 클래식만 바라봤다면 울산은 ACL을 향해 달려왔다. 마지막 한 번 더 주어진 기회가 울산 선수들에게는 충분한 동기부여 요인이 된다. 클래식팀의 자존심이 걸려있기도 하거니와 부산과 또 다른 최초 기록도 달성해야 한다. 울산은 K리그 우승 2뢰, 컵대회 7회, ACL 우승 1회에 빛나는 전통의 명문이지만 FA컵에서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작년까지 10차례 4강에 올라 9차례나 실패했다. 1998년 결승에서 안양 LG(현 FC서울)에 패한 이후 19년 만에 한풀이 할 기회다.
부산과의 애매한 균형 관계도 이참에 정리해야 한다. 울산과 부산은 K리그와 FA컵에서 총 155경기를 펼쳐 상대전적 55승45무55패를 기록중이다. FA컵에서 2승2패, K리그에서 53승45무53패였다. 일부러 짜고 치려고 해도 나오기 힘든 상대전적이다. 결국 이번 FA컵 2연전을 모두 승리하는 팀이 상대전적에서 앞서게 된다. 울산으로서는 실의에 빠진 부산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김도훈 감독 역시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클래식을 대표하는 팀으로서 승리하도록 하겠다. 2017년은 울산 현대의 감독-선수가 아닌 FA컵 우승팀의 구성원으로 남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