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괴로웠다."
'베테랑' 김정은(우리은행)이 고개를 푹 숙였다.
문제의 '그 날'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우리은행은 홈인 아산이순신실내체육관에서 KB스타즈와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대결을 펼쳤다.
상위권 두 팀의 대결,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두 팀의 경기는 예상을 빗나갔다. 슛은 림을 빗나갔고, 기회마다 범실을 기록하며 고개 숙였다. 최종 스코어는 우리은행의 46대48 패배. 김정은은 "진흙탕 싸움이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김정은이 더욱 괴로워한 것은 마지막 장면 때문이었다. 그는 "마지막에 헬프 수비를 나가지 못했다. 이전 KB스타즈전에서 마지막 리바운드를 빼앗긴 것도 나였다. 너무 괴로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사실 KB스타전이 끝난 뒤 (패배의) 비난이 임영희 언니에게 갔다. 너무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악물었다. 더 이상의 패배는 용납할 수 없었다. 김정은은 지난달 31일 열린 삼성생명과의 2018년 마지막 경기에서 매서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는 38분51초를 뛰며 20득점을 기록했다. 고비마다 3점슛을 꽂아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정은은 "하루 쉬고 경기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텀이 길지 않은 것이 나았다. 경기력이 좋지는 않았지만, 연패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간절했던 승리다. 경기 막판 득점인정 반칙을 얻어냈을 때 기쁨의 환호를 한 이유다. 그는 "(KB스타전 이후)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분위기를 살리고 싶어서 일부러 크게 환호했다. 챔피언결정전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코트 안팎에서 책임이 더 커진 김정은. 그는 "어릴 때는 공격만 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왜 수비를 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지 알게 됐다. 우리은행 이적 후 수비에 더 신경 쓰게 됐다. 상대를 막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한다. 초반에 밀리면 안 되기에 두려워도 무섭지 않은 척 한다.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