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대세'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는 '오늘도 매진'이었다.
17일 오후 2시에 시작되는 대구FC와 울산 현대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1 3라운드 경기 3시간 전, 매경기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화제의 DGB대구은행파크를 찾았다. 선수들과 관중들의 심박수를 한껏 높이는 '쿵!쿵!골!' 발구르기 응원이 장관이라고들 했다.
동대구역에서 택시에 올라타 40년간 대구 시내에서 택시를 몰았다는 60대 기사에게 "포레스트아레나, 대구은행파크에 가자"고 하자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아, 대구시민구장"이라고 했다. "대구시민구장이 확 바뀌었다. 1년 내내 공사를 하더니 정말 멋드러지게 지었더라. 전국에서도 이렇게 좋은 축구장은 없을 것"이라며 "전국에서 손꼽히는 축구장이 우리 대구에도 생겼다"며 자랑했다. 축구경기장으로 가는 봄날, 대로변 가로수엔 하늘색 'Our City, Our Team(우리 도시, 우리 팀)' 깃발이 나부꼈다.
경기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전좌석 매진' 플래카드였다. 일찌감치 입장 티켓이 동났다. 13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판매를 시작한 울산전 홈경기 티켓은 경기를 하루 앞둔 16일 토요일 오후 4시경 전량 매진됐다. 대구FC는 SNS를 통해 '내일 현장매표소에서는 티켓을 구매할 수 없다. 온라인 예매 티켓 교환만 가능하다'라고 공지했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현장 팬들이 티켓박스 앞에 줄을 늘어섰다. 미련을 떨치지 못한 채 "그래도 줄 한번 서보자"는 팬, 다음 경기 일정과 예매를 문의하는 팬들이 눈에 띄었다.
티켓박스 앞 선수 유니폼, 구단 기념품을 파는 팀 스토어 앞에도 팬들의 긴 행렬이 목격됐다. 팀 스토어는 경기 2시간 전 오픈한다. 3시간 전부터 수많은 팬들이 '대징가 트리오' 김대원-세징야-에드가와 '국대 수문장' 조현우의 유니폼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다.
경기장만 좋다고 팬들이 몰려드는 것은 아니다. 이날 대구-울산전은 한마디로 '꿀잼(정말 재미있다는 뜻의 은어)'이었다. '대-징-가 트리오'의 한축인 에드가가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대구의 공격 템포는 빨랐다. 뒷공간을 노리는 세징야의 움직임,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스리톱의 스피드는 발군이었다. 세징야가 박스안으로 파고들 때마다 대구 팬들의 함성이 그라운드에 메아리 쳤다. 전반 내내 대구는 공격을 주도했다. 윤영선-불투이스, 3경기 무실점을 지켜온 리그 최강 울산 수비라인이 대구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느라 몸을 던졌다. 창-방패 대결은 볼 만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후반 선제골은 울산에서 나왔다. 후반 19분 울산 미드필더 김보경의 왼발 중거리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실점한 후 대구의 안방 응원은 더 거세졌다. 후반 24분 기자석 바닥까지 울리는 '쿵!쿵!골!' 함성속에 세징야의 프리킥이 공중으로 떴다. 후반 34분 울산의 뒷공간을 파고든 세징야가 츠바사의 킬패스를 이어받더니 골키퍼 오승훈마저 돌려세우는 필사적인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짜릿한 동점골, '대팍'의 모든 관중들이 기립해 "대!구!" "세징야!"를 연호했다. 마지막 휘슬까지 치열했던 혈투는 결국 1대1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경기후 만난 세징야에게 요즘 축구팬들 사이에 화제인 '대구-맨시티' 패러디를 아느냐고 물었다. 세징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색 팀 컬러와 유니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맨시티와 빼닮았다. 재기발랄한 팬들은 대구를 '대시티'로, 매경기 박스안을 휘젓는 최강 공격수 세징야를 '맨시티 스트라이커' 아구에로에 빗대 '대구에로'라고 부른다. 김대원은 '벨기에 공격수' 데브라이너에 빗대 '대브라이너'로 불린다. 머리숱이 없는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과 안드레 대구 감독의 비주얼까지 묘하게 닮아보일 지경이다. 세징야는 '대구에로'라는 별명을 언급하자마자 '하하' 웃었다. "외모를 보고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는 것같다"더니 "아구에로는 정말 큰 선수 ,비교불가한 선수다. 축구 실력으로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며 미소 지었다.
'대팍'의 중심에서 리그 복귀골을 넣고도 승리를 지키지 못한 울산 김보경은 원정팀으로서 경험한 대구의 분위기를 솔직히 털어놨다. "'K리그에서 이 정도 분위기 낼 수 있는 경기장이 있나' 생각했다. 팬 분들도 대단히 열정적이어서 원정팀으로서는 경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대구의 분위기는 내가 경험한 J리그에도 밀리지 않는다. 이런 경기장에서 뛰는 대구 선수들이 부러운 한편, K리그 전체 측면에서 이런 경기장, 이런 팬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홈 분위기에서 실제로 원정팀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김보경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런 응원속에 홈 선수들은 당연히 컨디션, 텐션이 올라간다. 원정팀은 부담스럽다. 홈팀이 슈팅 한 번 할 때 나오는 엄청난 함성은 원정팀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그런 면에서 분위기가 넘어갈 수도 있다."
이날 DGB대구은행파크는 유료관중 1만1289명을 포함해 VIP, 초대관중을 통틀어 총 관중수 1만2419명을 기록했다. '대팍', '대시티'의 봄날은 뜨거웠다. 대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