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타자에서 훨씬 더 잘하네!'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외국인 타자다. 특유의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을 앞세워 타율과, 출루율 모두 상위권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페르난데스도 '위치'에 따라 성적이 다르다. 김태형 감독과 정경배 타격코치는 올 시즌 페르난데스를 주로 2번타자로 기용했다. 지난주에는 5번타자로 나서기도 했지만, 성적은 극과 극이다.
두산은 5번타자를 맡았던 오재일이 타격 부진으로 인해 2군에 내려갔고, 부상에서 복귀했던 최주환까지 다시 통증이 재발하면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4번타자 김재환 뒤를 받쳐줄 5번타자가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지난 10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페르난데스를 5번으로 내세웠다. 시즌 첫 5번타자 선발 출장이었다. 결과는 3타수 무안타 1볼넷. 이튿날에는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페르난데스는 주말 LG 트윈스전에서도 5번타자로 나섰으나 4경기에서 거둔 총 타격 성적은 타율 2할(15타수 3안타) 1타점 2볼넷이었다. 해결을 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장타를 의식하기 때문인지 페르난데스 특유의 꼼꼼한 타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페르난데스는 5경기만에 다시 2번타자로 '원위치' 됐다. 제 자리를 찾은 페르난데스는 기다렸다는듯 맹타를 휘둘렀다. 14일 잠실 LG전에서 2번타자로 나선 페르난데스는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고, 몸에 맞는 볼 1개와 안타 3개를 추가해 총 4차례 출루에 성공했다. 1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도 2번타자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1타점. 2경기 연속 3안타 경기를 펼쳤다.
페르난데스가 상위 타선에서 살아나니 두산도 톡톡한 효과를 누렸다. LG와의 3연전에서 2경기를 먼저 내주고 스윕패 위기에 몰려있던 두산은 마지막날 타선이 다시 살아나며 8대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페르난데스와 정수빈이 '테이블세터'로 5안타를 합작하며 꾸준히 찬스를 만들어준 덕분에 필요할 때마다 점수가 터졌다.
물론 두산의 5번타자 찾기는 계속 된다. 16일 SK전에서는 허경민이 5번을 선발로 맡았고, 당분간 그때그때 컨디션이 좋은 타자들이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번에서 펄펄 나는 페르난데스가 꼭 중심 타순이 아니어도 이렇게 제 역할만 해준다면, 굳이 순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