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중요한 것은 축구 본연의 경기력이다.
K리그가 모처럼 웃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레방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시작된 축구 바람은 6경기 연속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운 A매치를 통해 폭발했고, 그 열기는 그대로 K리그로 이어졌다. 올 시즌 K리그1과 K리그2 모두 유료 관중이 상승했다. 7라운드까지 마친 K리그1의 유료관중 평균 8708명으로, 전년 동시점 대비 41.8%(2018시즌 당시 평균 6138명) 증가했다. 6라운드까지 치른 K리그2 역시 평균 1870명에서 2613명으로 상승했다. 39.7% 증가했다. 온라인 중계 동시 접속자도 K리그1, K리그2 각각 전년 대비 57.4%, 35.3%가 올랐다.
고무적인 것은 한두명의 스타가 아닌, 축구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만들어낸 '붐'이라는 점이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효과 등이 맞물리며 K리그는 모처럼 팬들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이럴 때 일수록 더욱 중요한 것이 경기력이다. 아무리 좋은 마케팅이라도 축구 자체의 재미를 이길 수 없다. 경기가 재미 없으면 팬들이 오지 않는다. 팬들을 열광시킬 만한 재미있는 경기 만이 힘들게 찾아온 축구의 봄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명약이다.
재미있는 경기의 핵심은 '시간'이다. 축구에는 작전타임 브레이크가 없다. 파울을 해도 경기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전후반 45분씩, 9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 희노애락이 펼쳐진다. 우리가 열광하던 명장면은 경기 중에 벌어진다. 어필을 하거나, 고의적으로 밖으로 공을 차내거나, 부상으로 누워있는 장면은 데드타임이다. 실제 경기 시간이라 불리는 'APT(ACTUAL PLAYING TIME)'가 중요한 이유다. APT가 늘어야 경기 품질도 높아지고, 팬들이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8년만에 부활한 '5분 더 캠페인'이 반갑다. K리그는 이미 2010년 '5분 더 캠페인'을 시행한 바 있다. '5분 더 캠페인'은 쓰러져 있거나, 어필을 하거나, 고의적으로 밖으로 공을 차내 만드는 데드타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실제 플레잉 타임을 5분 늘리자는 운동이다. 프로축구연맹은 16일 가진 주간 브리핑에서 '5분 더 캠페인을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5분 더 캠페인'은 보다 더 적극적이다. 매 라운드마다 경기가 중단된 시간을 사유별(아웃 오브 플레이, 파울, 부상, 선수 교체)로 나눠 팀별 통계치를 산출해 일반에 공개하고, 경기의 질을 올리거나, 반감시킨 사례를 선별해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배포할 예정이다.
'5분 더 캠페인' 효과는 설명이 필요없다. 실행 후 실제 무승부 경기가 줄어들었고, 파울수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당시 평균 득점이 전 시즌(2.6골) 대비 0.3골 늘어난 2.9골을 기록했다.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APT는 지난해 58분45초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결국 연맹은 '칼'을 빼들었다. 과거 보다 더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구단과 선수단에 경각심을 주려한다. 선수들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달 가진 K리그1, K리그2 22개 구단 주장 간담회에서 전원이 캠페인 참가에 동의했다.
스포츠조선은 지난해 9월 20일 지면을 통해 '재미있는 K리그 위한 제안, 5분더 캠페인 부활하자'고 주장했다. 57분대인 실제 플레이 시간을 유럽 주요리그 수준인 60분대로 끌어 올린다면 더 즐거운 축구를 즐길 수 있다. 연맹 관계자는 "5분 더 캠페인은 지연 행위 등으로 생기는 '데드 타임'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의도적인 반칙과 시간 끌기, 거친 항의 등이 줄면 경기를 보는 팬들의 관전 재미는 배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적 중심'에서 '팬 중심'으로의 인식 전환, 5분 더 캠페인의 부활이 반가운 이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