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똑같은 조작인데 왜 엑스원은 되고 아이즈원은 안될까.
Mnet '프로듀스' 시리즈 투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났다.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안준영PD는 경찰 조사에서 '프로듀스48'과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그 후폭풍으로 아이즈원은 컴백이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나 엑스원은 그대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이 온도차는 대체 뭘까.
아이즈원은 11일 데뷔이래 첫 정규 앨범인 '블룸아이즈(BLOOM*IZ)'를 발표하고 컴백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안PD의 조작 인정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앨범 발매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미 선판매된 앨범에 대해서도 환불조치에 들어갔고,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도 취소했다.
방송 일정에도 차질이 걸렸다. Mnet은 11일 오후 7시 전세계 동시 중계하려고 했던 '컴백 아이즈원 블룸아이즈' 방송 편성을 취소했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V2'는 MC 안유진을 비롯해 아이즈원 멤버들의 출연분을 통편집하기로 했다. 이에 11일 방송은 김구라 노사연 김장훈의 방만 전파를 탄다.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은 9일 결방을 결정했다. JTBC '아이돌룸' 또한 방송 여부를 논의 중이다.
앨범 발매는 연기됐고, 컴백 프로모션 차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도 줄줄이 취소되면서 아이즈원의 컴백은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반면 엑스원은 여전히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엑스원은 10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K-POP 페스타 인 방콕',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19 브이라이브 어워즈 V하트비트'에 참여한다. 아직 참석과 관련, 변동사항은 없다.
그러나 두 그룹 모두 데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것만은 확실하다. 이미 '아이즈원과 엑스원의 지상파 출연을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이 등장했고, '해체'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이들 그룹에 대한 반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이다. 물론 아이즈원과 엑스원 모두 멤버들 자체는 제작진의 농간에 휘말린 피해자이지만, 어쨌든 데뷔 멤버를 결정하고 만든 팀이라면 '국민 프로듀서에 의한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에 맞지 않는 일종의 취업사기인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로듀스' 시리즈는 지난 7월 '프듀X' 생방송 파이널 무대 이후 연습생들의 득표수가 특정 숫자 배열의 반복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Mnet 측은 "집계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Mnet과 제작진을 검찰에 고소 고발했다. Mnet 또한 경찰에 제작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엑스원 멤버들의 소속사, Mnet 제작진 사무실,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에서 '프듀X' 뿐 아니라 '프로듀스' 이전 시즌들과 '아이돌 학교'까지 조작된 정황을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4개월여에 걸친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10월 30일 안준영PD와 김용범 CP, 연예기획사 관계자 김 모씨, '프듀X' PD 이 모씨에 대해 사기,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5일 "사안이 중대하다"며 안PD와 김CP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김씨와 이씨에 대해서는 관여 정도나 범행 경위 등을 고려할 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안PD는 경찰 조사에서 '프듀X'와 '프로듀스48' 결과를 조작한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듀스' 시즌 1,2는 조작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와 별개로 안PD는 지난해 말부터 강남 일대 유흥업소에서 연예기획사들로부터 40차례가 넘는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접대 비용은 한번에 수백만원, 총 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은 안PD와 김CP외에 Mnet 윗선이 순위조작에 개입했거나 최소한 묵인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