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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②] 벤 "길었던 무명생활, 가수 그만둬야하나 고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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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지금의 벤은 자타공인 '음원퀸'으로 꼽힌다.

'열애중' '180도' '헤어져줘서 고마워'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차트 롱런을 기록하며 인정받는 20대 솔로 여가수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음원퀸'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눈물과 끈기로 버텨왔던 굴곡진 무명 시절이 있었다.

벤은 2010년 베베미뇽으로 데뷔했다. 베베미뇽은 해금 벤 가을로 이뤄진 3인조 걸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포맨 여자버전'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았으나 이렇다할 활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팀 맏언니인 해금이 몸을 던진 예능 투혼을 보여주며 관심을 받긴 했지만, 가수가 무대를 보여줄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팀 자체의 인지도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결국 베베미뇽은 '키도 작고 예쁘지 않지만…', '잘해준 것 밖에 없는데' 'THE YWHO 보이스 #1'등 단 세 장만의 앨범을 발표한 채 2011년부터 활동을 중단, 해체했다.

"슈퍼루키즈에서 우승해서 SBS '인기가요'에 나갈 수 있는 권한을 받았고 KBS2 '뮤직뱅크' 무대까지 단 두 번의 무대가 끝이었다. 나는 원래 자신감이 있는 친구가 아니었다 보니 자존감이 하락하는 느낌이었다.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있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무대에 올라가면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여기에서 잘 해야 하는데 데뷔했을 땐 무대가 무서웠다. 나는 가수를 꿈꿨던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연습생 생활이 없이 데뷔했다. 그런데 무대가 무섭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후 다른 멤버들은 소속사와 결별했다. 벤만은 끝까지 남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한번 데뷔를 했다고 해서 바로 솔로가수로 전향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2년여에 가까운 시절을 연습으로 보냈다. 그러다 2012년 첫 솔로 앨범인 '있을 때 잘할 걸'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데뷔 이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연습실에서 밤낮없이 혼자 매일 연습했다. 준비하는데도 길이 흐릿하고 보이지 않았다. 정말 나랑 맞지 않는 길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존감을 찾으려는 노력부터 이미지나 행동 하나까지 모든 면에서 엄청 배우고 노력했다. 베베미뇽 멤버들과는 아직도 친하게 지낸다. 같이 연습했던 친구들도 그렇다. 다들 내 공연에 오면 눈물을 쏟고 간다. 해금 언니는 늘 기특하다고 신기하다고 한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우리가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나는 준비가 없었기 때문에 매일 연습만 했고, 데뷔 후 내 멤버들이 다른 그룹 준비하는 것도 봤다. 매일 울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살아남은 게 나밖에 없다. 친구들이 내가 힘들었던 걸 많이 봤기 때문에 같이 겪어온 친구들은 똑같이 행복해 하고 축하해 준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2013년 방송된 tvN '퍼펙트 싱어VS'에서 이선희 '인연'을 불러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또 2014년에는 KBS2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해 좋은 무대를 선보여 눈도장을 찍었다. 그때부터 방송 출연이 늘어나고 대중도 서서히 벤의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퍼펙트 싱어VS'는 1등을 안하면 이슈가 안되니까. 입시준비 했던 학생 때로 돌아가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의 영상을 보면 그 떨림이 아직도 와서 못 본다. 그때 했던 모든 무대가 다 그렇다. 트로트 경연부터 시작해 경연 프로그램에 정말 많이 나갔다. 이걸 해야 내 노래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나한테는 절실했다. 사실 흑역사라고 할 수도 있다. 옛날에 노래한 건 아직도 부끄러워서 잘 못 듣는다. 어떻게 내가 가수가 됐나 싶다. 그래도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될 수 없었다."

그러나 가수로서의 커리어는 아직이었다. '마이네임 이즈 벤(MY NAME IS BEN)', '소울 메이트(Soulmate)' 등을 꾸준히 발표했지만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물론 2016년 tvN 드라마 '또 오해영' OST '꿈처럼'이 OST 차트에서 1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며 각종 행사와 방송 출연이 늘어났지만 자신의 노래 보다는 경연곡이나 OST를 불러야 하는, 아직은 무명에 가까운 가수였다.

"가수로 데뷔하고 늘 의아했다. 나는 왜 이렇게 무대에 서기가 힘들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정말 노래하고 싶은데 '왜 앨범을 못 내는 거야, 안 내는 거야'할 정도로,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정도로 그랬다. 포맨 콘서트의 코러스로 시작해서 바이브 포맨 콘서트의 게스트로 섰고, 늘 누군가의 게스트였다. 어떤 행사에 가도 내 노래보다는 커버곡을 불러야 하는 가수였다. 나도 내 무대를 잘 할 수 있는데…. 그게 늘 속상했다. 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때 운이 좋아서 잘 됐다고 해도 오래 못 갔을 것 같다. 한번 내가 경험해봐야 하는 일이었다. 학원에서 노래를 잘 했을 뿐 나를 잘 몰랐던 시기였다. 입시 준비만 했던 그 자만으로 잘 됐다면 실력이 늘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벤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갔다. 아무도 모르는 무명가수에서, '저 친구는 누군데 저렇게 노래를 잘 하나' 싶은 기대주에서, 보이스 하나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OST 퀸'에서, 지금은 발표하는 곡마다 족족 히트시키는 '음원퀸'으로 성장했다. 그런 인생극장이 있었기 때문에 벤에게 있어 첫 전국투어 콘서트는 누구보다 값지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세트 리스트를 정하는데 들려주고 싶은 곡도, 좋아해주신 곡들도 많아서 곡을 추리기가 어려웠다. 언제 이렇게 왔나 싶다. 큰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하다보면 언젠가 인정받고 내 노래가 알려질 거다'라는 믿음만 갖고 왔다. 그런데 이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고,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언제 내가 이렇게 걸어왔는지 신기하고 뿌듯하고 보람도 있고 먹먹하기도 하다. 최근 초등학생 팬들이 정말 많이 늘어났다. 그 친구들을 보며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그대로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벤은 9~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전국투어 '달빛'의 포문을 연다. 이후 부산(16일, KBS부산홀) 대전(30일, 충남대학교 정심화홀), 울산(12월 7일, KBS 울산홀), 대구(12월 21일, 엑스코 오디토리움), 수원(12월 25일, 경기도 문화의 전당), 전주(12월 28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대공연장), 성남(12월 3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광주(2020년 1월 18일,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를 돌며 팬들과 소통에 나선다. 현재 공연은 수원 전주 지역 추가공연이 결정될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