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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청운]원반 날리며 공부 스트레스도 훌훌 날려요![학교스포츠클럽전국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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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친구들과 원반을 날리면서 입시 스트레스도 훌훌 날려요."

지난 2일 오전 강원도 춘천 송암레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개막한 제12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대회, 전국 초중고 학교 플라잉디스크 최고수 1600여 명이 결집했다. 지난 8개월간 각 학교에서 방과후, 점심시간 틈틈이 친구들과 손발을 맞춰왔다. 각 시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후 시도 대표로 주말 전국대회에 나선 학생들은 초겨울 이른 아침 찬바람에도 활기가 넘쳤다.

플라잉디스크는 대한민국 초중고 남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뉴스포츠 종목 중 하나다. 얼티미트, 원반골프, 플라잉디스크 윷놀이 등이 체육 교과 과정을 통해 널리 보급돼 있고,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얼리미트 종목으로 진행된다. 플라잉디스크 얼티미트는 양팀 각 7명의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하며, 패스를 통해 엔드존의 선수가 같은 팀이 던진 원반을 받아내면 득점하는 방식으로 전후반 각 10분씩으로 진행된다.

오전 10시, 강원체고 운동장에서 열린 남고부 제2경기, 서울 대표 중화고와 충청도 대표 정산고가 격돌했다. 중화고는 지난 대회 3위를 기록한 자타공인 플라잉디스크 명문이다. 이유가 있었다. 지도교사 김도영 체육부장은 "장안중 플라잉디스크 클럽도 서울 대표인데, 이 아이들 중 상당수가 우리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생은 진로, 입시 부담 때문에 클럽 활동이 쉽지 않지만, 중학교 때 이미 플라잉디스크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이 고등학교 진학후에도 자발적으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의 운동습관이 고등학교, 성인까지 쭉 이어지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남녀 학생들이 점심시간에도 운동장에 나와서 원반을 던지면서 뛰어논다. 달리고 던지고 소리 치면서 스트레스를 날린다. 스포츠클럽 덕분에 학교 분위기도 활기차다"고 했다.

이날 전후반 각 10분씩 진행된 경기는 치열했다. 정산고가 선제골을 넣기가 무섭게 중화고의 동점골이 작렬했다. 1-1, 2-2…, 쫓고 쫓기는 박빙의 시소게임, 전반을 3-3으로 마쳤다. 하프타임, 학생들이 주도하는 작전시간은 인상적이었다. '캡틴' 최윤석은 "각자 한발 더 뛰어야해. 우리 실수를 최대한 줄이자. 괜찮아, 할 수 있어"라며 팀원들을 독려했다. 김준영 지도교사 역시 응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잘하고 있어! 수비 더 타이트하게 붙고, 긴장하지 말고…, 서로 말 많이 하고!"

긴장도, 몸도 풀린 후반 중화고의 움직임이 확 달라졌다. 4-4로 팽팽하던 후반 초반 발빠른 윙어 김영민의 헌신이 빛났다. 몸을 날리며 잡아낸 다이빙 캐치, 곧바로 이어진 패스가 골로 연결됐다. 지도교사들이 "영민이! 나이스!"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멋지다!" 남자팀을 응원하던 중화고 여학생들이 승리를 확신하는 하이톤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결국 압도적인 뒷심을 선보인 중화고가 7대4로 승리했다. 환상적인 다이빙캐치로 승리를 이끈 김영민군(17)은 "이걸 못 잡으면 우리 팀이 진다는 생각뿐이었다. 본능적으로, 필사적으로 했다. 뿌듯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 후 남녀 주장 최윤석군(17)과 노유경양(17·이상 중화고)은 "방과 후 매주 2회, 2시간씩 학원가기 전에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연습했다"고 했다. 최윤석군은 디스크로 뭐든 척척 맞춰내는 개인기로 SBS 예능 '생활의 달인'에도 출연했었다. 장안중에서 처음 플라잉디스크를 접하고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나갔던 이들의 디스크에 대한 애정은 상상을 초월한다. 멈출 수 없는 플라잉디스크의 매력에 대해 노유경양은 "고등학교에 온 이후 공부 스트레스가 더 많아졌지만, 디스크를 날리면 스트레스를 날리는 기분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공부하는 틈틈이 즐기고 있다"며 웃었다.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 목표를 묻자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모두가 하나로 합심해 즐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경기를 하겠다"고 답했다.

11월 전국 학교체육 현장의 열기는 뜨겁다. 주말마다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도 방방곡곡에서 펼쳐진다. 2008년 시작돼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학교스포츠클럽 전국대회에는 12월1일까지 23개 종목에 초중고 1400여 개 클럽, 2만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한다. '가치 있는 플레이, 같이 하는 페어플레이'라는 슬로건 아래 순위를 정하지 않는 리그전 방식으로 운영된다.

'학원천국, 입시지옥' 암울한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 학교체육은 답이고, 밥이다. 함께 달리고 땀 흘리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입시 경쟁에 지친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협동과 배려, 이기는 법, 지는 법. 넘어져도 일어나는 법을 모두 배운다. 평생 이어갈 운동습관도 자연스럽게 몸에 밴다. 2019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스포츠클럽 대회가 학교생활과 인성 함양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절대적이다. 참가학생 85.8%가 성취감이 향상됐고, 87.3%가 협동심이 향상됐으며, 83.9%가 배려심이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일상이 스포츠, 일생이 스포츠'인 시대,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운동을 대하는 태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운동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다는 응답이 79.7%, 운동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응답도 81.6%에 달했다. 춘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