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로 가는 길. 아시아의 축구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32개국으로 확대된 1998년 프랑스 대회를 기점으로 아시아에서는 총 7개 국이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6연속 월드컵에 진출했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중국, 북한도 월드컵에 나섰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길. 이번에도 변수는 없어 보였다.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 추첨에서 한국을 비롯해 이란, 일본, 호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이 톱시드를 배정 받았다. 실제로 호주는 B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F조 일본도 4연승을 달리며 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혼돈의 중심에 선 팀도 있다. 아시아 국가 중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7위)은 흔들리고 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홍콩, 캄보디아와의 초반 2연전 모두 승리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뀌었다. 바레인과 이라크에 연달아 패하며 C조 3위까지 추락했다. 아직 경기가 남았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다. 최근 마르크 빌모츠 이란 감독은 임금 체불 등 문제로 이란축구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이라크전에는 마수드 쇼자에이(트락토르 사지), 사르다르 아즈문(제니트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 에이스를 투입해 총력전을 펼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축구 굴기'를 선언했던 중국도 길을 잃었다. 중국은 지난 14일 시리아전에서 1대2로 패했다. A조 1위 시리아(승점 12)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중국은 조 2위(승점 7)에 이름을 올렸다.
주춤한 성적. 그동안 중국 대표팀을 이끌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5월 중국 대표팀에 복귀했던 리피 감독은 또 한 번 사표를 집어 던졌다. 리피 감독은 "선수들은 동기부여와 의지가 부족하다. 감독의 계획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축구협회는 "감독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선장 공백 상황. 설상가상으로 내부분열까지 났다. 우레이(에스파뇰)는 "객관적 전력에서는 우리가 나았지만,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시리아가 더 강했다.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아 팀 전체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반면, '쌀딩크 매직'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신바람을 내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 14일 열린 UAE와의 G조 4차전 홈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1차전에서 태국과 무승부를 기록했던 베트남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UAE까지 물리치며 3연승을 질주했다. 4경기 무패를 기록한 베트남은 승점 10(3승 1무)으로 조 1위에 올랐다.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태국(2승1무1패), 말레이시아(2승2패) 등 비교적 변방으로 분류됐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예상을 깨고 선전하고 있다.
현영민 해설위원은 "예전과 비교해 아시아 국가의 수준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스리랑카 등 아직 일부 국가와는 차이가 크지만, 일방적인 경기를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해졌다. 이른바 '강팀'으로 분류된 선수들은 더욱 부담을 느끼고 뛰는 만큼 2차 예선부터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