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저도 고교 1학년 때 키가 1m53이었다. 지금 어린 아이가 나중에 어떻게 성장할 지 모른다. 아이를 믿고 응원해줘라."
한국 축구 A대표팀 풀백 이 용(33·전북 현대)은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로 통한다. 그는 서울 우이초 6학년 말에 축구를 시작했다. 집안의 종손이었고, 키도 작아 처음에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식당을 운영했다. 아들은 공부 보다 축구에 매달렸다. 아들의 축구 선수를 향한 꿈을 이뤄주기 위해 식당을 엄마가 전담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하기 시작했다.
이 용이 대한축구협회(KFA)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 자신의 유소년 시절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24일 서울시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대표팀 주치의 김나민 박사, 대표팀 최주영 트레이너와 함께 축구 선수의 부상 및 재활을 주제로 토크쇼를 펼쳤다.
이 용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돌아가서 그때 얘기를 들려달라"는 한 유소년 축구 선수 어머니의 질문에 "우리 부모님도 반대를 많이 하셨다. 아이가 지금 운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한다면 믿어줘라. 압박하지 말고 믿고 응원해 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아이는 어떻게 성장할 지 모른다. 나도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했다. 좋은 중학교에 못 가더라도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갈 수 있다. 포기하지 않고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키가 1m80까지 성장한 이 용은 2014년과 2018년 두차례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다. 2013년 7월 24일, 27세에 동아시안컵 중국전으로 A매치 데뷔했고, 지금까지 총 A매치 45경기에 나섰다. 영등포고-중앙대 출신인 그는 2010년 울산 현대로 프로 입단했고, 24일 현재 K리그 259경기에 출전, 3득점-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017년 전북으로 이적했고, 스포츠탈장 수술로 거의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 때는 상대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의 슈팅에 사타구니를 맞았다. 이 용은 "독일전 사타구니 부상은 가장 난감했던 경험이다. 그 전에도 많이 맞아봤다. 당시 정말 빨리 일어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창피했다. 그 장면 이후 우리팀 골이 들어간 지도 몰랐다"면서 "스포츠탈장으로 수술을 세번 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어릴 때 공부가 싫어 운동을 한 부분도 있다. '미리 영어 공부를 했으면' 하는 후회가 된다"며 유소년 선수들에게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길 주문했다.
김나민 대표팀 주치의는 "부상 재활을 할 경우가 있을 때 의사의 말이 90% 이해가 된다면 믿고 따라가는게 좋다.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해 잔 근육을 키우면 부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표 선수 정도 되면 발목이 멀쩡한 선수는 없다. 부상은 관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최주영 대표팀 트레이너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2017년 국내에서 열렸던 FIFA U-20 월드컵 대표팀 때 백승호(다름슈타트)를 꼽았다. 그는 "당시 백승호가 대회 시작 5일 전 발목을 다쳤다. 2주 부상이 나왔는데 대외적으로 숨겼다. 신태용 감독님이 승호와 같이 간다고 결정했고, 치열하게 재활 치료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