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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현장] "영원한 벗"…'천문' 최민식X한석규, 21년 무색한 '연기장인' 케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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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 눈 안 팔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나이가 먹어 운명적으로 다시 만났다!"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대왕과 그와 뜻을 함께했지만 한순간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사극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 허진호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 27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천문'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조선의 역사에서 사라진 천재 과학자 장영실 역의 최민식, 조선의 하늘을 만들고자 했던 성군 세종 역의 한석규, 그리고 허진호 감독이 참석했다.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생사는 물론, 발명품 제작 자료에 대한 기록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의문을 남기고 사라진 이유를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팩션 사극으로 풀어낸 '천문'. 그동안 스크린과 안방에서 깊이 있게 다뤄진 적 없었던 조선의 두 천재, 세종대왕과 장영실 사이의 관계를 밀도 있게 다룬 '천문'은 재난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 덱스터픽쳐스 제작)과 함께 12월 대전에 출사표를 던진 블록버스터 사극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천문'은 첩보 영화 '쉬리'(99, 강제규 감독) 이후 21년 만에 호흡을 맞추게 된 최민식, 한석규의 캐스팅 조합만으로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채로운 장르에 참여하며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최민식은 '명량'(14, 김한민 감독)으로 무려 1761만 관객을 동원, 역대 흥행 1위의 자리를 5년째 지키고 있는 대배우. 그가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로 변신해 '명량'에 이어 또 한 번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여기에 스크린과 안방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이어가고 있는 한석규는 2011년 방송된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이후 8년 만에 세종 역을 다시 맡아 눈길을 끈다. 독보적인 세종의 아우라와 깊이 있는 연기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할 계획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98) '봄날은 간다'(01) '행복'(07) '덕혜옹주'(16) 등 섬세한 연출로 충무로의 '믿고 보는 감독'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허진호 감독. '덕혜옹주' 이후 3년 만에 '천문'으로 컴백한 허진호 감독은 "역사에서도 내시만큼 가까이 둘 정도로 세종과 장영실은 가까운 사이였다. 안여 사건(왕의 가마가 부서지는 사건) 문제로 곤장 80대를 맞고 사라졌다는 기록이 있다. 세종은 같이 일한 뛰어난 신하를 버린 적이 없다. 계속 신하를 이끌어준 왕이였는데 갑자기 장영실만 사라져 궁금증이 생겼다. '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게 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그는 "촬영이 정말 편했던 것 같다. 보통 감독이 디렉션을 주는데 세종과 장영실을 연기하는 한석규와 최민실을 보면서 감독의 지위를 잊고 넋을 잃고 보게 됐다. 현장에서 빠져들어 화면을 본 경우가 정말 많았다"고 최민식과 한석규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최민식과 한석규를 캐스팅한 비결에 대해 "한석규와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오랜만이다. 두 분 역시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함께여서 더 할 수 있었던 캐스팅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민식은 "세종은 능력 위주의 인사를 했다. 장영실과 세종 두 사람의 인간 관계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연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천문을 놓고 이야기를 할 때 과연 어떤 느낌의 대화를 주고 받았을까 그 지점이 굉장히 궁금했다. 장영실에 대한 사람은 세종에 대한 무한 존경과 감사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100% 능력을 발휘하게 해준 사람이다. 특히 장영실은 주도면밀하고 탐구적인, 선척적으로 타고난 순수함을 가진 캐릭터인 것 같아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다. 역사에서 '세종의 몸에 난 옥창을 장영실이 입으로 빨았다'라는 구절을 읽었다. 그 대목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보통이 아님을 알게 됐다. 장영실은 일과 외에도 과학과 천문, 역법에 대해 세종과 밤새도록 나눈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다. 흥미로웠다. 여러 상상력이 동원이 됐다. 그런 호기심이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구마구 표현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것도 우리 석규와 표현하는 게 '이거 괜찮겠다!' 싶었다. 훅 당겼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이어 "나는 이 작품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강박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 좀 더 인물의 행위와 언어가 어땠을가, 이렇게 표현하는 게 가장 이 작품에 맞는 표현일까 고민했다.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은 크다. 역사책으로 보고 뇌리에 박힌 이미지가 있지 않나? 대중이 생각하는 장영실이 있는데 이런 부담을 극복하고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석규는 "연기를 하면서 드문 경험인데 세종을 또 다시 연기하게 됐다. 정말 기쁜 일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 '두 천재' 등의 말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천재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인 것 같다. 엉뚱할 정도로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을 천재라고 하는데 세종과 장영실이 그랬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같은 고민을 하지만 그런 이야기(연기)를 진중하게 하지 않는다. 남들이 우리를 보면 우리 두 사람을 보면서 엉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종과 장영실도 우리와 같을 것 같았다. 세종의 가장 친한 친구, 벗, 파트너가 장영실이 아닐까 싶다. 이런 작품을 나의 영원한 파트너인 최민식 형님과 만나서 하게돼 기쁘다. 친구라고 하면 몽둥이로 맞을 수 있다. 혼날 수 있기 때문에 파트너로 정의하겠다"고 재치를 드러내 장내를 파안대소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이기도 한 최민식과 한석규. 최민식은 2년 후배 한석규를 '쉬리' 이후 다시 만난 것에 대해 "사실 엇그제 본 것 같다. 길다면 긴 세월이고 짧다면 짧다. 석규를 오랜 만에 봤을 때 바로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오히려 '쉬리' 이전 학교 때로 돌아간 기분이기도 하다. 신기하기도 했다. 한 눈 안 팔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나이가 먹어 다시 만나 작품을 한다는 게 짠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졌다. 이 작품을 하면서 좋은 사람과 동료를 만나면서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한석규와 함께한 작업이 너무 자연스러웠다. 좋은 파트너, 동료를 만나서 작품을 한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고 회포를 풀었다.

한석규는 "나 역시 비슷하다. 불편한 것도 없고 긴장되지도 않는다. 민식이 형님, 허진호 감독과도 인연이 있지 않나?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것도 좋았고 빠른 시일에 또 좋은 작품으로 같이 만나고 싶다"며 "연기 호흡은 말해 뭐하냐. 그저 좋았다. 학창 시절에 같이 공연했던, 혹은 최민식 형님의 작품에 스태프로 한 것까지 합치면 10작품 정도 됐다. 많은걸 정서적으로 공유한 사람이다. 최민식은 내게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다"고 무한 최민식 사랑을 전했다.

서로를 향한 극찬 릴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민식은 "과거 충무로에 나를 이끈 인물이 한석규다. 한동안 드라마에만 머물러 있고 안 좋은 일도 있어서 심적으로 힘들 때였다. 개인적으로 어느 장소나 공간에서도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석규가 날 이끈 작품이 바로 '넘버 3'(97, 송능한 감독)다. 나와 석규는 성장기 때부터 서로가 서로를 지켜봤다. 누군가는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었고 때로는 먼저 잘 나갔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이 동네에서 꾸준히 하고 있구나'에 위안을 받고 있다"며 한석규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에 질세라 한석규 또한"최민식 형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굿 맨'이다. 이런 자리에서 '고마웠다'라는 말을 하는 게 사실 쉽지 않다. 그런 모습만 봐도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걸 알게 한다. 최민식 형님과 나는 체질도, 성향도 틀리다. 하지만 꿈은 같다. 세종과 장영실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지만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서로를 존경하고 인정한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어쨌든 우리 민식이 형님은 '굿 맨'이다"고 추켜세웠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최민식, 한석규,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오광록, 박성훈, 전여빈 등이 가세했고 '덕혜옹주'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