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제주 유나이티드의 다이렉트 강등을 바라보는 수원 삼성 이임생 감독(48)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국가대표를 지낸 이 감독은 1994년 프로 데뷔 후 2002년까지 9년 동안 SK 클럽(유공, 부천유공, 부천SK)에서 활약한 대표적인 '부천맨'이다. 국내에 선진축구를 들여온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 감독 입장에선 '하필' 제주의 잔류 운명을 가를 K리그1 37라운드의 상대가 수원이었고, 이 경기에서 수원이 4대2 역전승하며 제주의 강등이 결정 났다.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 3층 대연회실에서 열린 '도이치 모터스-수원 삼성 공식 스폰서 협약식'에 참석한 이 감독은 "제가 입단할 때는 SK가 아니었고, 유공 1순위로 들어갔다. 이후 명칭이 SK로 바뀌고 제주로 이전했다"며 "이런 얘기를 하기가 조심스러운데, 개인적으론 제주가 강등돼 마음이 아프다. 경기를 마치고 최윤겸 감독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건넸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누빈 선수들의 감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 2020시즌 유니폼 발표회에 참석한 주장 염기훈은 "제주의 지도자분들과 선수들을 다 알고 있다. 선후배 사이다 보니까 마음 놓고 좋아할 수가 없더라. 좋아할 수도 없고, 위로해줄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고 당시 느낀 심경을 전했다.
8위를 확정해 동기부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원은 파이널B 라운드에 돌입해 강등 싸움 중인 경남FC와 제주를 모두 꺾었다. 이 감독은 "이 세계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강등 싸움 중인 팀들이 있어 페어하게 최대한 주어진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날 선수들에게 '다른 어떤 생각도 가지지 마라, 너희의 가치를 보여줘야 팬들이 알아주고, 해외 팀으로 스카우트 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이런 것'이라고 말해줬다. 그럼에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은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털어놨다.
수원은 제주의 강등을 '남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 전세진은 "수원과의 경기를 통해 제주가 강등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우리 팀 선수들이 강등 현장을 직접 봤기 때문에 강등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누가 제주의 강등을 예상했겠나. 강등은 상위권에 있는 몇몇 팀을 제외한 모든 팀의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일 것"이라며 강등권으로 추락했던 시즌 초반 상황을 떠올렸다. 올해 이임생 체제로 새 시즌을 맞이한 수원은 전술적 패착 등이 맞물려 개막 3연패 늪에 빠져 허우적댔다. 수비 숫자를 늘려 안정감에 중점을 두고, 아담 타가트가 '대박'을 터뜨린 덕에 강등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FA컵 우승으로 내년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 감독은 "내가 원하는 축구를 시도하다 수원이 점수(승점)를 못 따 강등권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싶었다. 올해 시행착오를 겪은 게 많은 공부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어떻게 싸워야 할지를 생각하고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2020년에는 우리팀 색깔을 찾으면서 점수를 따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은 30일 상주 상무와 2019시즌 최종전을 치른다.
한편, 수원은 자동차 전문기업인 '도이치 모터스'(회장 권오수)와 대형 스폰서십 계약을 했다. 이날 발표한 새로운 유니폼 뒷면과 하의에 BMW/MINI 공식 딜러인 '도이치 모터스'의 광고가 노출될 예정이다. 관계자는 "유니폼 후면 계약으로는 구단 역대 최고액"이라고 귀띔했다.
구단은 창단 25주년이 되는 2020시즌 신상 유니폼에 대해 "'조화'를 뜻하는 콩코드와 수원 상징색 블루를 조합한 '콩코드 블루'로 명칭을 정했다. 팬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진 유니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니폼 모델로 참석한 전세진은 "역시 K리그에서 수원 삼성 유니폼이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