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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감독 투병 기사에도…' 악플의 악령, 스포츠도 좀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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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에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24일 상주전을 마치고 사석에서 만난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은 고개를 저었다. 유상철 인천 감독에 대한 악성 댓글, 악플 때문이었다.

유 감독은 지난 19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자신의 몸상태를 공개했다. 췌장암 4기. 현역시절부터 정열적이고 헌신적이었던 유 감독이었던만큼,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축구계에는 응원의 물결이 이어졌다. 함께 부딪혔던 동료 감독들은 "유 감독은 강하다. 꼭 이겨낼 것"이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팬들도 동참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힘을 실어줬다. 유 감독은 "응원 목소리를 접할때마다 코끝이 찡하고 가슴도 뭉클해진다. 참 감사하다. 내가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감사해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의 세상은 달랐다. 유 감독의 투병 기사에도 악플을 달았다. 이 사실을 안 이 실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유 감독도 마찬가지다. 이 실장은 "감독님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신다. 대부분 응원의 메시지다. 이를 통해 많은 힘을 받는다고 하신다. 근데 중간중간 충격적인 댓글들이 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유 감독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나에 대한 욕은 아니지만, 후배로서,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었다. 다 캡처를 해놓았다. 시즌이 끝나면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한국 사회는 악플 문제로 시끄럽다. 악플에 시달렸던 20대의 '창창'한 설리 구하라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며, 그 심각성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악플의 악령은 스포츠도 좀먹고 있다. 여자 축구대표팀의 멘탈 코치로 활약한 윤영길 한국체대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에서 스포츠는 일종의 '분노받이'가 됐다"고 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매스스타트의 김보름은 왕따 논란으로 '공공의 적'이 됐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부진했던 장현수(알 힐랄)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혜택 논란을 낳았던 오지환(LG트윈스)도 제물이 됐다. 한때 '코리안 메시'로 추앙받았던 이승우(신트 트라위던)는 부진과 몇몇 행동들이 입방아에 오르며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실수하거나, 부진에 빠지면 가차없다. 어김없이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슈퍼스타도 예외는 없다.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는 손흥민(토트넘) 조차 최근 백태클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악플에 시달리던 선수들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국가대표 선수는 "처음 악플을 본 순간 손이 벌벌 떨렸다. 나는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싶었다"고 했다. 사실 선수들은 운동이 좋아서, 성공하고 싶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엘리트 반열에 올랐다. 남의 이목이 아닌 자신을 단련시키는데 초점을 맞췄다. 운동 선수들은 강해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대단히 여리다. 다른 선수는 "경기를 못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자책의 마음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마주한 악플은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 포털 사이트는 연예 기사에 대한 댓글을 잠정적으로 폐지했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대로다. 국제대회가 이어지는 2020년, 악성 댓글은 선수들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댓글 시스템을 없앨 수 없다면, 이제 조직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윤 교수는 "대표팀 혹은 소속팀에서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도와줄 수 있는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협회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며 고 조언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