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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선수협 '샐러리 캡' 거부시 말짱 도루묵, KBO 순서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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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KBO가 내놓은 FA 개정안 중 '샐러리 캡'이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샐러리 캡에는 다양한 상황과 의미가 내포돼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모기업의 쪼그라든 주머니 사정이 야구단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모기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운영을 지양하는 추세인데다 산업 성장세는 둔화되고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무엇보다 'FA 몸값 거품'이 빠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선수들의 눈높이에 구단들이 애먹고 있다. 게다가 올해 인기척도인 '800만 관중'이 무너진 원인 중 한 가지로 전력불균형에 대한 아이러니컬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KBO는 회원사들의 고충을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구단들이 몸집을 줄이고자 하는데 공감대를 이룬 상황에서 연봉총액제인 '샐러리 캡'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순서가 틀렸다. '협상의 안'이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있어야 한다. 이번 KBO가 내민 샐러리 캡은 소위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향후 야구판의 생태계를 뒤흔들 수도 있는 새 규정을 신중하지 못하게 접근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가안이라도 만들어놓고 개정안에 포함시켰어야 했다. 특히 지난 2일 선수협 총회 투표에서도 샐러리 캡에 대한 내용을 전해들은 선수들이 반대표를 많이 던졌다는 후문이다. KBO 개정안은 과반이 찬성해 통과되긴 했지만, 선수협의 조건부 수용은 당연한 결과다. 다만 샐러리 캡을 선수협에서 거부할 경우 이미 통과된 개정안도 모두 부결되는 상황이라면 KBO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사실 샐러리 캡의 장단점은 명확하다. 몸집이 슬림해진 구단은 운영이 수월해질 수 있지만, 산업 규모의 축소는 전체적으로는 하향평준화로 뒤바뀔 수 있다. 샐러리 캡의 주된 목적인 '전력평준화'의 본질이 퇴색될 수 있다.

샐러리 캡의 세부 내용은 시간적 제약의 이유로 설정되지 못했다는 것이 KBO의 공식 입장이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지난달 KBO 실행위원회에서 제안한 'FA 최대 80억원'안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거부한 바 있다. 그래서 이번 FA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샐러리 캡에 대한 부분을 세밀하게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샐러리 캡은 찬성하지 않은 구단도 있었다. 그래도 선수협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대신 구단도 일정 부분 얻는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 협상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목표로 샐러리 캡을 개정안에 포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샐러리 캡 도입은 돈을 줄이려는 목적이 아니다. 전력평준화가 가장 주된 이유다. 전력불균형은 리그 인기의 저해요소가 된다"며 "샐러리 캡 부분은 빠른 시일 내에 틀을 잡아 선수협과 협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