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은 종영했지만 그 잔상은 드라마 시장에 그대로 남아있다. 지난 16일 나란히 첫 공개된 JTBC '검사내전'과 tvN '블랙독'은 모두 제대로된 현실공감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스릴러물 같은 제목의 '블랙독'은 내용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치열한 사립고등학교(사립고)에 갑자기 떨어진 신입 기간제 교사 고하늘(서현진)의 짠내 나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담담한 시선 속에 선생님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영해 어디에나 있을 법한 선생님들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게 그려냈다.
첫 방송에서 고하늘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김영하 선생님의 일화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고하늘이 이 억울한 죽음을 위해 교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 앞으로 그의 성장 가능성을 보게 했다. 씁쓸한 현실 속에서도 교사라는 사명감 하나로 교직생활을 이어갈 이들의 모습에 관심이 쏠렸다.
'검사내전' 역시 평범하지 않은 직업인 검사들의 평범함을 이야기했다. 첫 방송에서는 주 배경이 되는 진영지청 형사2부 검사들의 소개로 시작됐다. 검찰총장이 지방 순시 때 들리는 것을 세 번이나 깜빡 잊을 만큼 존재감이 미미한 진영시를 배경으로 할만큼 자극적인 MSG없이 담백함을 매력으로 내세웠다.
형사2부를 이끄는 부장검사 조민호(이성재)는 완벽한 사이클 착장으로 출근하는 등 여러모로 젊어지려고 애를 쓰는 따끈따끈한 돌싱남이고 열혈 워킹맘 오윤진(이상희) 검사는 조폭도 때려잡는 강력부 출신이지만, 지금은 조폭보다 무서운 육아에 치이고 있다.
사행 행위 전담 검사이지만 매일 아침 복권 한 줄을 채우는 걸로 시작하는 홍종학(김광규) 수석검사는 5년 전 우연히 샀던 복권이 2등에 당첨되는 바람에 아직까지 그 단맛을 잊지 못했다.
갓 임용된 신임 검사이자, 형사2부의 막내 김정우(전성우)는 결정문 작성할 때보다 SNS 인증샷 해시태그 달 때 더 신중한 일명 '요즘 애들'이다. 여기에 '형사2부 프로저격러' 남병준(김용희) 부장검사, '해달(海獺)' 김인주(정재성) 지청장, 못하는 게 없는 '만렙 수사관' 장만옥(백현주) 등 각 인물들은 모두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직장인과 다르지 않았다.
'검사내전'은 권력의 시녀가 돼버리거나 거대 악과 싸우는 정의의 사도 이야기를 그리기 보다는, 출두하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피해자에게 사정해 검찰에 소환하는 '구걸 수사'를 장기로 하는 생활밀착형 직장인 이선웅(이선균)이 주인공이다.
'동백꽃'은 '까불이'를 찾는 스릴러물이지만 그 바탕은 옹산시의 서민들이 떠받치고 있었다.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의 로맨스 역시 지극히 시골스러웠고 인물들의 관계나 배경 역시 MSG 하나 없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그리고 '동백꽃'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으면 시청률 20%를 넘겼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자극적인 설정들이 난무하는 드라마들이 한때 시장을 평정했지만 '동백꽃'이 대성공을 거둔 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제작사들도 잔잔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소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들이 많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소소한 이야기들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동백꽃'이라는 드라마가 만들어놓은 파장이 적지 않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