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그간 파울루 벤투 감독의 마음을 얻지 못한 K리거들의 쇼케이스 무대였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데이가 아니라 유럽파와 중동파 차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벤투 감독은 유럽파와 중동파가 주축을 이루던 공격진과 미드필드진에 K리거들의 이름을 대거 올렸다.
사실 벤투 감독은 대단히 보수적인 스타일이다. 전술은 물론 선수 선발에서도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에서도 검증을 받은 25명 안팎의 풀을 바탕으로 명단을 꾸렸다. '선수 선발의 문이 닫힌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기회를 얻지 못한 K리거들에게 이번 동아시안컵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 살아남아야 향후 대표팀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벤투 감독은 바뀐 멤버들에 맞춘 새로운 전술이나 전형을 내세우는 대신 기존의 틀을 그대로 유지했다. 제로톱 형태에서 최적의 능력을 발휘하는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전북)를 전형적 스트라이커로, 오른쪽 측면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김보경(울산)을 중앙에 박아뒀다. 벤투 감독이 자신의 철학과 전술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만큼, 새로운 선수들이 이 틀 안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를 보겠다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선수들 보다는 이전부터 벤투호에서 중용되던 황인범(밴쿠버) 나상호(FC도쿄) 주세종(서울) 등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황인범과 나상호는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고, 골맛도 봤다. 벤투식 축구를 잘 알고 있는만큼, 다른 경쟁자들보다 확실히 눈에 띄었다. 기대를 모았던 올 시즌 K리그 최고의 선수 김보경 문선민(전북)은 다소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주목할만한 새 얼굴은 있었다. 일단 이영재(강원)가 첫 손에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A대표팀에 발탁된 이영재는 선발 데뷔전이었던 중국과의 2차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후반 체력이 떨어지며 미스가 많았지만, 이전까지 특유의 센스 넘치고, 기술적인 축구를 선보였다. 특히 페널티박스 안으로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마무리에서 아쉬운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지만, 벤투호의 기존 스타일에 잘 맞는 듯 했다.
이 용(전북) 김문환(부산) 등에 밀렸던 김태환(울산)도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장점이었던 공격적인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오히려 수비에서는 안정감을 보였다. 이 용의 단기적 대체자로 계속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부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