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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김남일... 2002년 한-일월드컵 영웅 감독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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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 겨울, 한국축구의 키워드는 '2002'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다시 무대 위로 올랐다. K리그에 대거 입성했다. 아직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겨울잠을 자던 '폴란드전 결승골의 주인공' 황선홍 감독은 기업구단으로 변신한 대전 지휘봉을 잡았다. 그 뒤를 이어 아직 K리그 지휘봉을 잡지 못했던, 당시 막내들이 나란히 감독직에 올랐다. 한-일월드컵이 낳은 최고 스타 '진공청소기' 김남일 전 전남 코치는 남기일 감독이 떠난 성남호의 키를 잡았다. 그리고 26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동점골을 폭발시킨 설기현 전 성남 전력강화실장은 경남의 8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재창단 수준의 변화를 택한 대전, 변화가 필요한 성남, 강등된 경남, 모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은 구단들이었다. 이들이 모두 2002년 멤버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타파워로 무장한 이들은 내년 시즌 K리그1, 2를 훨씬 풍성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의 최용수 서울 감독, 유상철 인천 감독에 이어 황선홍, 김남일, 설기현 감독까지 3명이 가세하며, 5명의 2002년 월드컵 멤버가 내년 시즌 K리그에서 지략대결을 펼치게 됐다. 2002년 영웅 감독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대는 다르지만 올 겨울 새롭게 지도자로 출발하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세계적인 스타들을 꽁꽁 묶었던 '아파치' 김태영 감독은 내년 K3리그에 참가하는 천안시축구단을 이끈다. 천안축구단이 2년 뒤 K리그 입성을 노리고 있는만큼, 조만간 또 한명의 2002년 출신 K리그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다. 엄청난 피지컬과 폭발적 스피드를 앞세웠던 '차미네이터' 차두리 코치도 감독으로 변신했다. 국가대표팀 코치로 러시아월드컵을 마친 차 코치는 '친정' FC서울의 U-18팀 오산고 감독으로 선임됐다. 세레소 오사카에서 물러난 뒤 휴식을 취하던 윤정환 감독도 일본 J리그2 제프 유나이티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여전히 우리 뇌리 속에 생생한 2002년 월드컵이지만, 벌써 17년이나 흘렀다. 당시 멤버들은 2017년 현영민을 끝으로 모두 현역에서 물러났다. 은퇴 후 제2의 삶을 시작했다. 행정가, 해설위원, 방송인 등 길도 다양하다. '영원한 캡틴' 홍명보 전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나 행정가로 변신했다.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활동하고 있다. 16강을 확정지은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주역 박지성도 은퇴 후 행정가로 활약 중이다. '미꾸라지' 이천수도 인천의 전력강화실장으로 변신해, 팀의 잔류를 이끌었다. 이영표는 해설과 행정을 오가고 있다. 송종국 현영민은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병지와 안정환은 해설과 함께 방송도 겸하고 있다. 김병지는 유튜버라는 길을 열었고, 안정환은 예능의 블루칩으로 변신했다.

대세는 역시 지도자다. 2002년 멤버 23명 중 14명이 지도자로 변신했다. 앞서 언급한 감독 외에도, 코치로 변신해 한국축구에 공헌하고 있다. 당시 막내급이었던 최태욱 코치는 벤투호의 코치로 활약 중이며, 1997년 도쿄대첩의 주역이었던 이민성 코치도 김학범호에서 코치를 하고 있다. 최은성 최성용 코치는 최강희 감독과 함께 상하이 선화에서 지도자로 뛰고 있다. 대회 내내 환상적인 선방쇼를 펼친 이운재, '터키전 환상 프리킥' 이을용, 비에리와 사투를 벌인 최진철은 현재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재밌는 것은 당시 코칭스태프 역시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박항서 당시 수석코치는 베트남 감독으로 부임해 연일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정해성 당시 코치 역시 박 감독이 만든 붐을 따라 베트남에 새 둥지를 틀고, 놀라운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김현태 당시 골키퍼 코치는 대전 신임 강화부장으로 변신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중국 올림픽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 PSV 기술 고문으로 새롭게 부임했다. 제자들 못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곳곳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축구를 이끌고 있는 2002년 멤버들, 특히 새롭게 가세한 3명의 감독들로 내년 시즌 K리그를 보는 재미가 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