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클래스는 영원하다. 충무로 독보적인 톱클래스, 배우 김혜수가 2년 만에 컴백한 스크린 신작에 명품 열연으로 인생작 경신을 예고했다.
2018년 11월 개봉해 37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한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에서 전문성과 확고한 신념을 지닌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김혜수. 충무로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살아 숨쉬며 '국가부도의 날'의 흥행을 이끈 잔다르크다. 이러한 그가 2년 만인 12일 미스터리 휴먼 영화 '내가 죽던 날'(박지완 감독, 오스카 10 스튜디오·스토리퐁 제작)로 컴백,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굴 명품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을 채비에 나섰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김선영, 이상엽, 문정희 등이 가세했고 박지완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처와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내가 죽던 날'은 삶의 이유를 찾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사건 이면의 사람을 들여다본 녹진한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삶의 벼랑 끝에 선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세밀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며 기존 장르 영화의 문법을 탈피한 섬세한 감성 드라마로 강렬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 것.
특히 '내가 죽던 날'의 전반을 이끄는 김혜수는 전작보다 더 깊고 진한 감성 연기로 독보적인 '김혜수 클래스'를 입증했다. 극 중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의 흔적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를 연기한 김혜수. 2016년 방영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15년 차 베테랑 형사 차수현으로 걸크러시의 정석을 보인 그가 '내가 죽던 날'에서 다시 한번 형사 역에 도전, '시그널'과 결이 다른 분위기와 감성 연기를 펼쳤다.
삶의 벼랑 끝에서 자신과 닮은 소녀 세진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점차 몰입되는 캐릭터 현수로 변신한 김혜수. 감춰진 진실에 다가갈수록 점차 자신 내면에 변화가 일어나는 진폭이 큰 인물의 감정을 완벽히 소화한 그는 실제로 '내가 죽던 날'을 연기하면서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투영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 것은 물론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200% 끌어올렸다.
김혜수는 "오랫동안 악몽을 꿨다. 한때 심리적으로 죽은 상태 같았다. 꿈에서 내가 죽었고 그 상태가 오래된 것 같더라. 죽은 나를 보면서 무섭거나 그런 기분보다 '누가 좀 나를 치워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매번 하면서 자다 깨다 했다"며 "현수가 잠을 못 잔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 현수의 심리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내 상황이 맞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실제 내 감정을 담은 대사를 한 번 써봤고 그게 영화에 반영이 됐다"고 밝혔다.
사건 이면에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의 집요함은 물론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린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고 디테일한 열연으로 채운 김혜수. '내가 죽던 날'을 통해 새로 쓴 인생작이 극장가에 큰 파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워너브러더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