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잉글랜드산 슈퍼스타 웨인 루니(35)가 은퇴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표한 K리거가 있었으니, 이종호(30·전남 드래곤즈)다.
새 시즌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이종호는 "루니가 은퇴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아쉬웠다"고 했다. 맨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루니는 1월 16일 현역에서 은퇴한 뒤 잉글랜드 2부 더비 카운티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종호는 약 15년전 광양제철중에서 '특급 유망주'로 각광을 받던 시절부터 베테랑이 된 지금까지 '광양 루니'로 불린다..
세계적인 스타와 비교돼 부담스럽기도 했을텐데, '루니썰'을 푸는 이종호의 표정에선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종호는 "세르히오 아궤로, 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 치로 임모빌레, 마우로 이카르디 등 좋아하는 공격수들은 많지만, 루니는 그중에서도 1번이다. 루니의 '절구통' 시절을 잊지 못한다. 동영상 사이트에 가끔 루니 풀 스토리가 뜨는데 그 영상은 봐도봐도 안 질린다. 과거 플레이 영상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폭발적일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슈팅 임팩트가 좋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루니는 연계도 잘하고, '택배 패스'도 잘했다. 그냥 클라스가 달랐다. 쇠퇴기에 접어들어 예전과 같은 폭발력을 보이지 못했지만, 말년에는 자기 몸상태와 타협해 스타일을 바꿨다. 본받을 점이 참 많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광양 루니'란 별명은 중학교 때 처음 접했다. 파주 훈련장에서 훈련하는 내 모습을 보고 박경훈 감독님(현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이 '쟤 루니처럼 축구하네'라고 하신 뒤 루니로 불리기 시작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악동 이미지의 선수가 시원시원하게 슈팅을 때리는 걸 보면서 나도 루니에게 끌렸다. '저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따라한다고 루니가 신던 토탈 축구화만 신었다"고 회상했다.
이종호는 루니와 관련된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박지성 선배가 뛰던 시절 맨유가 방한한 적이 있다. 나이키 프리미엄 컵대회에서 우승하면 맨유가 훈련하는 모습을 보러 상암에 갈 수 있었는데, 우리가 우승하면서 루니를 직접 볼 기회를 잡았다. 다른 친구들은 호날두, 긱스, 퍼디치 사인 받겠다고 했는데 나는 다 필요없었다. 오직 루니였다. 경호원 분에게 사정사정했다. 그렇게 루니 앞으로 가서 축구화를 내밀어 사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꿈 같았다. 사인 축구화는 집에 잘 모셔놨다"며 웃었다.
2011년 전남에서 프로 데뷔한 루니, 아니 이종호는 에버턴 시절의 루니처럼 거침없는 플레이를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4년과 2015년 연속해서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전북 현대로 이적했다. 이후 울산 현대와 V바렌 나가사키를 거쳐 지난해 1월 전남으로 돌아왔다. 올해 처음으로 주장을 맡은 이종호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커리어가 '다사다난' '굵직굵직'했던 것 같다. 좋을 때는 확 좋았다. 전북시절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울산에서는 FA컵 우승에도 일조했다. 국가대표로도 뛰었다. 한번에 큰 부상도 당하면서 크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커리어는 이종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종호는 "지금까지 이종호와의 경기는 2-2 팽팽한 상황에서 후반전 5분을 갓 지났다. 나는 최대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부상을 한 뒤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며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고민을 매일 한다. 예전과 같이 30m를 달릴 것이 아니라 미리 움직여 힘을 비축하는 방법,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상대 수비수가 어려워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번에 합류한 (박)희성이형이 별명(고대 앙리)대로만 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던데, 그 말대로 별명에 걸맞은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올해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전남의 1부 승격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