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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스타'에서 '취업 길잡이' 꿈꾸는 장민석 해양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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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장민석 중국해양대 갤럭시FC 감독(45)은 '1990년대 박주영'이었다.

나가는 대회마다 득점왕을 휩쓸었다. 등지는 기술과 마무리 능력만큼은 '역대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월반은 기본이었다. 한두살 위 형들과 함께한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늘 주전이었다. 성한수 이성재 김영철 김도균 등 스타급이 즐비한 95학번에서 랭킹 1위로 평가받았다. 당연하게도 1999년 드래프트 1순위로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탄탄대로일 것 같았던 장 감독의 프로 인생은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 전북에서 기대만큼 기회를 얻지 못한 장 감독은 이적을 추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행히 상무 입대 후 다시 한번 득점왕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또 다시 계약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싱가포르에서 재기에 성공하며, 다시 K리그행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어린 시절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그렇게 사라지는 듯 했다.

절망의 순간, 우연찮은 기회가 생겼다. 영어라도 배울 요량으로 호주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려던 장 감독에게 '모교' 홍익대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코치진에 문제가 생기며, 잠시만 도와달라는 콜이었다. 장 감독은 정식 코치가 아닌 인스트럭터 개념으로 선수들에게 한두가지 포인트만 가르쳤다.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장 감독도 선수 시절 느끼지 못한 희열을 맛봤다. 2005년 홍대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프로 입성 후 꼬였던 축구인생은 지도자 변신 후 확 달라졌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변방' 홍대에 우승컵을 안기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장 감독은 2007년 용마중학교 감독직에 오르며 본격적인 감독생활에 나섰다. 맡는 팀마다 우승을 이끄는 기적을 발휘했다. 꼴찌였던 용마중을 단숨에 우승권팀으로 바꿨다. 사비로 대출받아 숙소를 리모델링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주말리그 2번 우승, 협회장기 우승 등 서울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당시 축구부 운영에 반대하던 부장 선생님이 "축구도 싫고, 축구 지도자도 싫었는데, 장 감독을 통해 꿈이 생겼다"며 마음을 바꿨을 정도다.

용마중 출신이 올라갈 고등학교팀을 창단하려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자 용마중 부장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클럽을 창단했다. 중랑FC였다. 2011년 당시만해도 클럽팀은 학원팀과 차이가 컸는데, 장 감독의 중랑FC는 달랐다. 유일하게 왕중왕전에 나갈 정도였다. 클럽팀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장 감독은 "2009년부터, 딱 한번만을 제외하고 왕중왕전에 모두 나갔다. 창단하자마자, 혹은 1학년만 데리고도 나갔다"고 웃었다.

2015년 장 감독은 자신의 이름과 아들의 이름을 합친 J-SUN FC를 만들었다. 운동장 등 환경이 좋은 곳에서 선수들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일념 하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집 팔고, 대출 받아 남양주에 땅을 사고, 운동장을 지었다. J-SUN 역시 장 감독의 지도 아래 빠르게 궤도에 올랐다. 주말리그도 우승했고, 전국대회에서도 계속 상위권에 올랐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장 감독의 가슴 한켠에는 고민이 있었다. '취업'이었다. 대학까지 보내놓은 제자들이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상담을 하기 위해 장 감독을 찾아오는 횟수가 늘어났다. 장 감독은 "고등학교는 성적이지만 대학은 취업"이라고 했다. 직접 대학팀 창단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중국 청도의 해양대학교와 MOU를 맺었다. 장 감독은 학비, 경기력, 취업 등으로 고민인 선수들에게 새로운 문을 열었다. 중국, 영어 등 언어 습득은 물론, 선수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줬다.

제주 서귀포에서 전지훈련 중인 해양대는 장 감독의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포항 스틸러스, 수원FC, FC서울 등 프로팀은 물론 K3의 경주한수원 등과 연습시합을 펼쳤다. 자신들의 기량을 선보일 수 없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직접 쇼케이스 무대에 나선 셈이다. 평가도 호평 일색이다. 현재 코로나19로 국내 선수로만 구성됐지만, 해양대를 상대한 프로팀들은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인정했다. 현재 코로나19로 국내에 머물고 있지만, 상황이 좋아지는대로 중국에서도 중국 프로팀들과 연습시합을 이어갈 계획이다.

장 감독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독립구단 창단 등을 통해 취업의 문을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K4 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장 감독은 "갈수록 높아지는 취업의 현실과 외부적인 요인들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수 없는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축구만이 아닌 다양하고 넓은 시야를 갖도록 하는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