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골든보이' 이강인(발렌시아)의 첫번째 한-일전은 45분만에 마무리됐다.
한국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0대3 완패를 당했다. 재앙에 가까운 경기력이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게 없었다. 10년 전 0대3 완패를 당했던 삿포로 참사의 재연이었다.
이강인 입장에서는 특히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이날 벤투호의 승부수는 '이강인 제로톱'이었다. 보수적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꺼낸 파격이었다. 정통 공격수가 최전방에선 4-2-3-1을 선호하는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 이강인을 최전방에 기용했다. 이강인이 내려와 볼을 잡고 특유의 스루패스를 활용해, 나상호 이동준 발빠른 두 측면 공격수의 침투를 극대화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중원을 두텁게 했다. 정우영과 그간 센터백으로 줄곧 활용해 온 원두재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최대 허리숫자를 6명으로 늘려, 전체적으로 상대와의 허리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것이 이날 벤투호의 기본 콘셉트였다.
문제는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제로톱은 유기적인 플레이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가 없다. 앞선에 있는 공격수들이 서로 약속된 플레이를 펼쳐야 하는데, 짧은 훈련시간으로 이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어떤 준비된 플레이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강인이 전반 동안 볼을 잡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강인에게 전개되는 과정 역시 좋지 않았다. 상대 허리진의 압박에 막혀 볼을 앞쪽으로 보내지 못했다. 이강인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꺼낸 전술이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이강인의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확실히 최근 발렌시아에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여파가 느껴졌다. 이강인은 결국 전반만을 소화하고 교체아웃됐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빠진 상황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이강인이었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 밖에 없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