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치는 건 시프트에 걸릴 수 있다. 공 보는 기술에는 슬럼프가 없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올해 시즌 운영의 방향성을 '볼넷'에 맞췄다.
지난해 롯데 타선은 팀 볼넷 2위(569개, 1위 키움 608개)였다.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확실한 스윙, 그리고 그 존을 벗어나는 공을 '골라내는 것'은 타격코치 출신인 허 감독이 부임 이래 항상 가장 강조해온 지점이다.
이 때문에 허 감독은 올봄 타자들의 출루율에 맞춰 최고의 파괴력을 낼 수 있는 타선을 꾸준히 구상해왔다. 지난해 팀내에서 수준급의 출루율을 기록했던 손아섭(0.415) 정훈(0.382) 마차도(0.356) 안치홍(0.351)이 리드오프로 나서는 실험을 펼친 이유다.
허 감독은 29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구안에는 기복이 없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자기 퍼포먼스를 해주는 선수가 팀의 성적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야구에서는 공을 보는 게 타자의 실력이다. 안타 치고, 잘 뛰는 건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수비 시프트에 잘못 걸리면 3할 타자가 2할8푼 타자가 될수도 있다. 상대 투수의 공이 진짜 좋으면 그건 어쩔 수 없다. 도와주진 말아야한다. 감독은 나쁜 공을 골라내는 선수, 자기 공이 왔을 때 스윙하는 선수를 쓸 수밖에 없다. 가장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이니까."
롯데의 올해 목표는 가을야구, 그 이상이다. 탄탄한 전력에 비해 소박해보이지만, 허 감독은 신중하다. 2019년 10위에서 지난해 7위로 올라섰으니, 올해도 3계단 오른 4위를 하겠다는 게 허 감독의 공식적인 목표다. 언뜻 '내년엔 우승'이란 속내도 담긴 얘기다. 그는 '젊은 야수진의 성장'을 묻자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결과가 조금씩 보이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 중에 작년보다 훨씬 좋아진 선수가 2명 보인다. 이렇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를 쓰고 싶다. 치고 받고 하는 건 운도 따르고, 삐끗할 수도 있다. 볼넷이 많으면 팀 공격에 기복이 없다. 올해 목표는 팀 볼넷(얻은 개수) 1위다."
지난해 롯데의 팀 출루율은 전체 5위(3할5푼4리), 롯데보다 출루율이 높았던 4팀(NC 두산 KT 키움)은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그중 2팀이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두고 겨뤘다.
얻은 볼넷 뿐 아니라 투수들이 내준 볼넷 역시 10개 구단 중 가장 적었다(447개, 키움과 공동 1위). 투타 모두 키움과 1위를 다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허 감독이 이 같은 지론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키움에서의 경험이다. 그는 "2013년쯤 키움에서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 올해 우리가 볼넷 1위를 하면 5강, 그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