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도 '소통 부재' 논란은 이어졌다.
좁아진 스트라이크존을 둘러싼 벤치와 심판의 갈등이 반복됐다. 심판 고유의 영역인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지적은 민감한 부분. 그러나 현장은 스트라이크존 크기와 더불어 일관성 부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심판진은 이런 벤치의 반응이 너무 민감하다는 시각. 최근 KBO리그가 새 시즌 스트라이크존 확대 등의 개선안을 들고 나왔지만, 간극이 줄어들지 않은 채 저물어가는 올 시즌 풍경을 보면 내년에도 이런 갈등은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목소리를 냈다.
수베로 감독은 "비판적인 시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참기보다는 표현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이어 "이틀 전 우리 경기(키움전) 때 상대 투수에게 보크성 움직임이 보였다. 하지만 콜이 나오지 않았다. 심판도 사람이기에 당연히 놓칠 수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불복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며 "이닝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1루쪽 파울라인까지 가서 당시 상황에 대해 묻고자 했는데, 심판은 손짓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하더라. 심판 입장에선 내가 떼를 쓰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단지 투수의 움직임을 보지 못한 것인지, 관련 규정이 어떤지 설명을 듣고 싶었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어제도 하이볼이 많았는데 스트라이크 판정이 이어져 더그아웃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 상황에서 심판은 더그아웃을 보며 손짓을 하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하기도 했다"며 "미국이었다면 이닝 종료 후 심판과 소통을 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그러면 안되더라"고 덧붙였다.
한화는 올 시즌 심판진과 충돌이 잦았던 팀. 외국인 코치진 체제로 개편된 뒤 시끌시끌해진 분위기, 남미 출신으로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출하는 수베로 감독과 코치진의 성향이 작용했다. 올 시즌 판정 항의로 퇴장을 경험했고, 벤치에서 내는 소리 탓에 다른 팀들로부터 '경기 진행을 방해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이런 수베로 감독이 다시 판정 문제를 꺼내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 야구와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판과 경기적 요소에 대한 소통은 야구의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하지만 KBO리그에선 그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가 '수베로가 심판을 싫어한다'는 제목의 기사로 나갈 수도 있다(웃음). 하지만 심판을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닌, 한 시즌을 돌아보며 아쉬움이 있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즌이 끝난 뒤 심판위원장 또는 현장과 소통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로 간의 벽을 허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화 차이 극복', '적응'은 KBO리그에 데뷔하는 외국인 감독-코치-선수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과제. 한 시즌을 보낸 수베로 감독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는 게 옳은 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야구 고유의 문화나 불문율, 수베로 감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소통 방식의 차이 등에 대해 폭넓게 소통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불필요한 오해나 앙금은 좀 더 빨리 지울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이 어렵게 꺼내든 소통 요청에 KBO리그는 과연 어떻게 화답할까.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