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시즌은 긴 호흡이다. 어떤 팀이든 완벽할 순 없다. 세상의 이치 처럼 '업'이 있으면 '다운'이 있다. 한 시즌을 치르려면 2~3차례 위기는 분명히 온다.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바로 '다운'에 있다. 강팀은 '다운'이 길지 않다. '절대 1강' 울산 현대가 K리그1에서 첫 위기를 맞았다. 3주간의 A매치 브레이크가 독이 된 형국이다.
울산은 19일 안방에서 라이벌 전북 현대에 1대3으로 참패했다. 경기 시작 30분 만에 무려 3골이나 허용하며 무너졌다.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수원 삼성에 시즌 첫 패배를 당할 때와는 또 다르다. 당시는 원정에서 10명이 싸우는 악전고투 끝에 0대1로 패했다.
이번에는 안방이었다. 그것도 상대는 '만년 2위'의 설움을 안긴 '현대가'의 또 다른 축이자 '영원한 라이벌' 전북이었다. 울산은 2019년부터 3시즌 연속 전북에 시즌 막판 덜미를 잡혀 '2등'에 머물렀다. 프로의 세계에선 2위는 기억되지 않는다. 전북에는 '우승 DNA'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달린 반면 울산에는 '어쩔 수 없는 2등'이라는 꼬리표가 과거를 얘기할 뿐이다.
그래서 홍명보 감독이 2022시즌 꺼내든 것이 '압도적인 우승'이다. 시즌 막판 혼전 양상이 전개될 경우 또 다시 '2등 주의'의 늪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초반 너무 잘 나간 탓일까. 이날 울산은 그 간절함이 없었다.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전북에 선제골을 허용하자 대놓고 "역전"을 얘기하며 의기양양했다. 그러다 순식간에 두 골을 더 허용하자 말문을 잃었다. 이번 시즌 수차례 역전에 성공한 울산이지만 3골의 무게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 알고도 당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은 경기 전 "전북의 의지가 우리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을 수 있다. 그 부분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전북의 외인 공격수 구스타보와 바로우까지 압박에 가담했다. 그 절박함이 90분내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울산은 전술적으로도 미진했다. 중앙 미드필더에 고명진과 박용우를 함께 세우며 공수 연결에 '정체 현상'을 초래했고, 공격 패턴 또한 단조로웠다. 수비의 핵인 김영권의 '초심'도 사라졌다. 그는 울산에 둥지를 튼 후 "울산이 계속 준우승을 했다지만 그때는 내가 여기에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물론 전북전도 38경기 중 승점 3점짜리 한 경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울산은 지금이 시즌의 분수령이다. 여전히 1위(승점 36)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 제주(승점 29), 3위 전북(승점 28)과의 승점차는 7~8점으로 줄어들었다. 여유는 있지만 만에 하나 '다운'이 길어져 연패로 이어질 경우 격차는 더 줄어들 수 있다.
홍 감독은 전북전 후 "어떻게 보면 자만에 빠져 있었다"며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또 "중요한 메시지를 준 경기"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K리그1은 8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브레이크 전까지 쉼표가 없다. 매듭이 꼬여버리면 풀 시간도 많지 않다. 전북전 패배를 시즌 2패째로 치부하기에는 '체감 온도'가 다르다. 2005년 이후 17년 만의 K리그 정상을 노리는 울산은 축구화 끈을 다시 질끈 묶어야 할 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