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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기회 무산→기술위원장도 떠났다…이강철호 지원 문제 없나[SC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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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불가항력의 상황이라 여겨도 뒷맛이 남는다.

내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은 당초 12일과 14~15일 부산, 고척돔에서 각각 메이저리그(MLB) 선발팀과 상대할 계획이었다. 비록 대스타들이 명단에서 제외된 이벤트성 매치이기는 하지만, 해외팀과의 실전 경험을 쌓고 향후 대표팀 구성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무대로 여겨졌다. 그러나 MLB사무국이 프로모터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경기는 그대로 취소됐고, 대표팀 구성도 없던 일이 됐다.

사실 MLB 선발팀과 맞대결에서 KBO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다. MLB사무국-프로모터가 주최한 대회의 초청팀 자격이었기 때문. MLB와 맞대결을 위해 정규리그-가을야구 일정을 촉박하게 짜면서 진행하는 '헛심'만 뺐으니 억울할 만도 하다. 하지만 흔치 않은 대표팀 소집, 실전 기회를 아무런 대안 없이 흘려보낸 것은 못내 아쉽다.

또 다른 변수도 생겼다. 염경엽 WBC 대표팀 기술위원장이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1월 기술위원장에 선임돼 상대국 전력분석, 선수 선발에 깊이 관여했던 그는 곧 LG 마무리캠프에 합류한다.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KBO리그 사령탑 자리이기에 염 감독의 LG행은 '대의'를 고집하며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닌, 오히려 축하 받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한 팀을 이끄는 사령탑이 된 염 감독이 대표팀 기술위원장 자리를 겸임하기는 무리다. 대표팀 입장에선 WBC 준비 전반을 챙겨야 할 컨트롤 타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B플랜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넉 달 남은 WBC. 출항조차 하지 못한 이강철호가 잇단 변수에 휩싸인 반면, '숙적' 일본은 한참 앞서가는 모양새다.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5~6일 니혼햄 파이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평가전을 거쳐 9~10일 호주 대표팀과 '사무라이 재팬 시리즈'를 치른다. 일본 프로야구(NPB) 소속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구성. 28명 중 16명이 대표팀 첫 발탁이다. 이런 가운데 니혼햄, 요미우리전을 통해 '22세 거포'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적잖은 수확을 거두는 모양새다. 구리야마 감독은 이번 소집을 앞두고 한국을 찾아 대표팀 발탁이 유력한 이정후가 속한 키움-LG 간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2023 WBC는 한국 야구계 모두가 '성공'을 염원하는 대회다. 그럴 수밖에 없다. 2009년 준우승 이후 한국 야구는 WBC에서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2013년엔 타이중 참사, 2017년 고척돔 참사 등 '참사'라는 단어가 익숙했다. 2015 프리미어12라는 소중한 성과도 있었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과정에서의 선수 선발 잡음, 2019 프리미어12 일본전 2연패,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 등 국제 대회에서의 추억도 좋지 않았다. 800만 관중 시대 호황을 맞은 KBO리그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반응만 이어졌다.

WBC 지휘봉은 KT 위즈 이강철 감독이 맡았다. '만년 꼴찌' KT를 일약 강팀으로 변모시킨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대표팀에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KT 사령탑 자리를 겸임하고 있는 그에게 대표팀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만큼 디테일한 지원이 뒤따라야 대표팀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변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대표팀을 향한 준비, 지원 태세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