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이 '독'일까, '득'일까.
한화 이글스의 '미래' 문동주(20)는 개막 직후 3경기에서 눈부신 호투를 했다. 4월 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첫 등판해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승리를 거뒀다. 6일 뒤 4월 12일 KIA 타이거즈전에 나서 6이닝 2실점, 시즌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했다. 이 경기에서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시속 160km 광속구를 던져 한국야구를 들뜨게 했다.
좋은 흐름이 계속됐다. 4월 18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⅔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삼진 8개를 잡았다.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08. 16⅔이닝을 던지면서 삼진 18개를 잡고, 볼넷 6개를 내줬다. 프로 2년차에 기대가 높아졌다.
문동주 세상이 온 것 같았다.
이 3경기 후 1군 등록이 말소됐다. 구단 차원에서 계획했던 휴식이었다. 투수 경력이 짧고 부상 경력이 있는 문동주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화 구단은 지난 해에도 투구수, 이닝 제한을 두고 그를 마운드에 올렸다.
충분히 쉬고 돌아오면 더 좋은 투구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투구감을 잃었다. 페이스가 떨어졌다. NC 다이노스전에 12일 만에 복귀해 6이닝 4실점했다. 피안타가 8개나 됐다.
5월 7일 KT 위즈를 상대로 5이닝 1실점한 후 3경기 연속 조기강판됐다. 5월 13일 SSG 랜더스전에서 2⅓이닝 7실점했다. 5월 19일 LG 트윈스전과 5월 25일 KIA전에서 연속으로 4이닝 4실점했다.
시즌 초반 안정을 찾았던 제구가 흔들렸다. 최고 유망주가 '공만 빠른 영건'으로 전락했다.
구단 계획대로라면,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또 휴식이 예정돼 있다. 그런데 문동주는 휴식보다 등판을 원한다고 한다. 투수쪽 코치들에게 다른 선발투수처럼 로테이션에 따라 던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최원호 감독은 "구단 계획이 정해진 것이라고 해도, 좋을 때는 그대로 가는 게 낫다고 본다. 2군으로 내리는 건 아닌 것 같다. 안 좋을 때 휴식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차후에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문동주는 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7이닝 2안타 무실점 역투를 했다. 최상의 밸런스를 되찾았다. 6회 1사후 유일한 볼넷을 내줬다. 87개 투구 중 62개(71.3%)를 스트라이크로 던졌다.
다시 밸런스를 찾은 문동주에게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겠지만,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