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최소 가을야구'라는 부담감이 찾아온 걸까. 롯데 자이언츠가 올해 들어 2번째 3연패에 직면했다. 개막 초였던 4월 4~8일(우천 취소 2경기)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 롯데는 공을 많이 보고, 좋은 공을 치는데 집중하는 팀이었다. 차곡차곡 주자를 쌓고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야수진 전반의 스피드가 느리다는 약점은 분명했지만, 레전드 이대호를 중심으로 손아섭 전준우 정 훈 등 베테랑들이 차분하게 공격을 풀어가곤 했다.
래리 서튼 감독은 부임 이후 롯데 타격 성향 전반에 변화를 줬다. 선수 시절에는 KBO 시절 홈런-타점왕을 역임한 슬러거였지만, 감독으로서의 야구는 다르다. 한결 다이내믹하고 애슬레틱한 스타일을 원한다. 볼을 고르기보단 좋은 공이 오면 적극적으로 치고, 누상에서도 한층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길 원했다.
그 결과 롯데 타선의 타석당 투구수는 서튼 감독 부임 이후 대체로 하위권이다. 2021년에는 8위(3.88개)였고, 지난해에는 10개 구단 전체에서 꼴찌(3.75개)였다. 올해도 6위(3.90개)다. 타석당 4개 이상인 선수는 박승욱 윤동희 고승민 김민석 노진혁 등 소수에 불과하다.
리드오프가 버티면서 고르고, 중심 타선이 해결하는 전통적인 방식과도 다르다. 서튼 감독은 "4~5번타자는 다음 타선의 리드오프 역할을 해줘야한다"면서 타선의 흐름을 이어가길 강조한다.
'상대 투수가 좋은 선수일수록 연속 안타는 힘들다'고 봤을 때,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대의 투구수를 늘리면서 볼넷을 얻어내는 것, 또 하나는 불리한 카운트에 몰리면서 휘둘리기 전에 좋은 공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치는 것이다.
올해 롯데의 선택은 후자다. 흐름을 타면 막기 어렵다. '탑데'를 꿈꾸며 기세좋게 몰아칠 때면 이런 강팀이 또 없다.
하지만 기록을 뜯어보면 올시즌 팀 타율(2할5푼6리) 4위, OPS(출루율+장타율, 0.675) 7위, 팀 홈런(18개)은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한방이 부족한 '소총 타선'이다. 1회부터 번트를 대고, 적극적으로 도루를 노크하는 등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 애쓰는 이유다.
해결사 없이는 한계가 있다. 롯데는 3연패 기간 중 총 3득점(KIA전 0대6, KT전 1대4, 2대3 패)에 그쳤다. 특히 KT전 2경기에서 상대 선발 고영표-엄상백에게 각각 7이닝 호투를 허용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4개, 5개에 그친 안타수보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이들 중 장타가 하나도 없다는 것. 그리고 2경기 합쳐 팀 사사구가 단 1개였다는 점이다. '상대 투수가 워낙 잘 던졌다'고만 보기엔 아쉬움이 크다. 팀 전반적인 타격 사이클이 하향세라 한들 심각한 수준이다.
서튼 감독이 더 늦기 전에 한동희에게 퓨처스에서 스스로를 리셋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이유다. 외국인 타자 렉스를 무리시키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한 후 복귀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선발진의 컨디션은 돌아왔다. 불펜은 힘겹지만 아직은 버틸만하다. 하지만 기세와 짜내기만으로 한계가 있다. '한방'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