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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규 환상 발리에 미소 만개+엄원상 원맨쇼의 역설…클린스만호 부산서 첫 담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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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다소 무안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주민규(울산)의 원더골에 위르겐 클린스만 A대표팀 감독의 미소도 만발했다. 주민규가 다시 한번 폭발했다. 그는 10일 클린스만 감독이 직관한 경기에서 환상적인 발리골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후반 25분이었다. 바코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트래핑한 주민규는 볼이 잔디에도 닿기 전 순식간에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상대의 수비도, 골키퍼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전광석화 같은 움직임이었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볼은 크로스바를 살짝 스친 뒤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올 시즌 현재까지 나온 K리그골 가운데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주민규는 여전히 대표팀에선 '아웃사이더'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에 이어 클린스만 감독도 외면했다. 6월 A매치 2연전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주민규는 클린스만 감독이 소집 명단을 발표한 다음 날인 6일 수원FC전(3대1 승)에서도 결승골을 터트렸다. 33세의 나이지만 포기는 없다. "기대를 안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실망감이 컸지만 실망감을 가질 시간은 없다. 경기장에서 더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팀 안에 더 녹아든다면 플레이가 더 살아날 것이고, 시선도 좋아질 것이다. 팀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주민규가 골을 터뜨리자 클린스만 감독과 옆에 앉은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가 활짝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1994년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한국전에서 터뜨린 발리골을 연상케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을 상대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은 "주민규가 훨씬 더 콤팩트한 상황이었다. 당시 클린스만은 여유 공간이 있었다. 크로스의 스피드도 그렇고 주민규의 골이 훨씬 더 훌륭한 골"이라며 웃었다.

2021년 K리그 득점왕인 주민규는 가장 먼저 두 자릿수 골 고지에 안착했다. 10호골을 기록, 2021년(22골)과 2022년(17골)에 이어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A대표팀이 아닌 항저우 아시안게임대표팀에 발탁된 엄원상도 '무력 시위'를 벌였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최종엔트리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그는 올 시즌 절치부심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긴 슬럼프에 빠졌다. 엄원상은 이날 1골-1도움-1PK(페널티킥)유도를 견인했다. 3월 5일 강원전(1대0 승) 이후 석달 만의 3호골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뇌리에도 엄원상의 이름 석자가 박혔다.

울산은 이날 주민규 엄원상은 물론 2골-1도움을 기록한 바코, K리그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아타루가 모두 터지면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5대1로 대파, 행복한 A매치 휴식기를 맞았다. 연승 행진을 재가동한 울산은 승점 44점(14승2무2패)을 기록, 2위 그룹을 두 자릿수 승점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K리그를 관전한 클린스만 감독의 시간도 다시 시작된다. 손흥민(토트넘) 이강인(마요르카)을 비롯한 완전체가 12일 부산에서 소집된다. A대표팀은 1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페루,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2연전을 갖는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이끈다. 3월 두 차례 A매치에서 1무1패에 그친 클린스만 감독은 6월 A매치 2연전에서 다시 첫 승에 도전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