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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부모님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오키나와 1,2군 합동캠프의 유산, 2군 0.227 루키를 구자욱 빈 자리에? 그런데 물건이다...과감하고 놀라운 벤치의 안목[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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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간판타자' 구자욱의 햄스트링 이탈.

회복하기 힘든 치명적 손실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안 좋은 일이 100% 나쁜 결과만 초래하는 건 아니다.

구자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삼성 라이온즈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외야수가 탄생할 조짐이다.

좌투좌타 루키 외야수 류승민(19)이 주인공. 광주일고 졸업 후 2023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68순위로 푸른 유니폼을 입게된 선수. 1m85, 90㎏의 당당한 체구의 소유자다.

육성선수 류승민에게 1군 콜업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

주말이던 지난 10일, 경산에서 퓨처스리그 KT전을 마친 류승민은 특타를 치고 있었다. 김재걸 퓨처스리그 감독이 다가왔다. "승민아, 내일 1군 가게됐다. 준비해라." "네~에?"

"처음에는 솔직히 믿기지가 않았어요. 감독님께서 장난으로 거짓말 하시는 줄 알았어요. 진짜 다음날 1군 올라와서 잠도 잘 못잤는데, 바로 시합을 뛴다고 하셔서 더 놀랐죠. 첫 수비 타구를 하나 처리하고 나니 이제 긴장이 풀려서 좀 원활하게 치를 수 있었어요."

광주에 사시는 부모님도 믿지 못할 소식이었다.

"1군 간다고 전화 드렸는데 저한테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울컥하는 목소리로 통화하셨는데 계속 지켜보고 계시겠지요."

못 믿을 만도 했다.

퓨처스리그 성적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36경기 2할2푼7리의 타율에 1홈런 7타점, 4도루. 장타율 3할3푼, 출루율 3할4푼6리였다.

하지만 삼성 박진만 감독은 류승민의 지난 오키나와 캠프 때부터 폭발적 성장 잠재력을 일찌감치 눈여겨 봤다.

"오키나와 1,2군 캠프를 같이한 장점이 있었어요. 2군 캠프를 수시로 봤는데 타격에 재능이 있더라고요. 실제 1군에서 써보니 타석에서 젊은 선수답지 않은 과감성과 적극성이 있고, 수비에서도 공을 잘 따라다니더군요."

구자욱이 없는 빈자리에 그를 주저 없이 올렸고, 11일 대구 롯데전부터 8번 우익수로 파격 기용했다.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3회 선두타자로 맞은 프로데뷔 첫 타석 부터 박세웅의 145㎞ 초구 직구를 거침 없이 당겼다.

"주위 형들도 데뷔 첫 타석 나가면 초구는 돌려야 된다고, 직구 던질 거라 생각해서 돌렸습니다."

사령탑의 평가 처럼 루키 답지 않은 과감성이었다. 5회 두번째 타석에서는 포크볼을 당겨 강습타구로 1루수 실책을 유발해 데뷔 후 첫 출루를 했다.

13일 잠실 LG전도 8번 우익수 선발 출전이었다.

'무패투수' 아담 플럿코를 만났다. 1군에서 첫 정상급 외국인 투수 상대.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2군에서 SSG 엘리아스, NC 와이드너를 만난 적이 있어요. 엘리아스한테는 2타수2안타를 쳤죠. 오히려 더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들어오는데 제 성격상 과감하게 치는 타자니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2회 첫 타석 초구부터 과감한 스윙이 이어졌다. 결과는 삼진.

하지만 세번의 힘찬 스윙으로 타이밍을 잡았다. 두번째 타석부터 확 달라졌다.

0-0이던 5회 1사 1루에서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플럿코의 직구를 밀어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2루 커버를 위해 들어오는 유격수의 동선에 딱 걸렸다.

1-0으로 앞선 7회 1사 2루에서는 0B2S에서 정우영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150㎞ 투심패스트볼을 완벽하게 밀어 직선타구를 날렸다. 중요한 적시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 하지만 좌익수 쪽으로 살짝 치우쳐 수비하던 박해민에게 걸렸다. 오른쪽 어깨가 빠지지 않은 채 타격을 했기에 만들어낼 수 있었던 정타였다. 1-2로 뒤진 9회초 2사 후 마지막 타석. 류승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마무리 고우석의 153㎞ 초구 직구를 거침없이 당겨 우익선상에 빨랫줄 안타를 만들어냈다. 2루타가 될 뻔 했던 타구. 기억에 남을 데뷔 첫 안타를 최고 마무리 고우석에게 뽑아내는 순간이었다.

우익수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큰 체구에 비해 단독도루가 가능할 만큼 빠른 주력으로 타구에 빠르게 접근했고, 어깨도 강한 편이다. 타석에서 오른쪽 벽이 잘 유지가 되니 변화구 대처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1점 차 박빙의 상황이었지만 벤치는 류승민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을 만큼 매 타석 기대감을 주는 모습이었다. 2경기 동안 류승민이 만난 '박세웅→플럿코→정우영→고우석'은 모두 리그 정상급 투수들. 주눅 들지 않는 자기 스윙으로 큰 기대감을 안겼다. 스피드와 파워를 두루 갖춘 5툴 플레이어 유형의 외야수. 상무에서 전역할 김재혁, 거포 윤정빈과 함께 미래의 삼성 코너 외야를 책임져줄 선수다.

지난해 9월22일 서울 웨스틴조선에서 열렸던 2023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류승민은 초청받아 부모님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7라운드 67번째까지 호명되지 않아 초조하던 차.

"'광주일고 외야수'가 호명되는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짜릿했던 순간. 대형 외야수 탄생의 시작에 불과하다.

"제 장점은 방망이니까요. 언제까지 1군에 있을지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원 없이 해보고 싶어요. 저는 방망이 잘 치는 선수로 남고 싶습니다."

확실한 자기 파악과 목표 의식. 실천력과 적극성에 뛰어난 재능이 결합됐다. 심상치 않은 루키가 등장했다. 성공은 지명 순서가 아니다. 류승민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