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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막을 내린 최용수의 '강원 시대', 그의 도전은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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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자진 사퇴'의 형식을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떳떳하게 '경질'을 요구했다. 최용수 감독(52)의 '강원 시대'가 아쉽게 막을 내렸다. 2021년 11월 '강등 위기' 강원FC의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14일 도중하차했다. 강원은 15일 최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스포츠조선 6월15일 오전 단독 보도>

19개월의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최 감독에게는 '생소한 도전'이었다. 그는 2011년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기업구단의 품 속에 있었다. '부잣집 도련님'은 한때의 대명사였다. FC서울에선 K리그와 FA컵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일궜다. K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화려한 지도자 인생이었다.

강원행, 결정은 쉽지 않았다. 강원은 당시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러야 하는 11위였다. 자칫 발을 헛디딛는 순간, 2부 강등이었다. 이영표 강원 대표이사는 집요하게 최 감독에게 매달렸다. 유일한 대안이라고 판단했다.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의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때 최 감독의 뇌리에 '초심'이 떠올랐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새 출발'을 선택했다.

'최용수 매직'은 통했다. 기적에 가까운 잔류로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에는 최 감독의 진가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며 출발은 암울했다. 6월 22일까지 강원의 위치는 11위였다. 다시 한번 강등의 파고와 맞닥뜨리는 듯 했다. 달랐다. 반전 또 반전으로 새 물결을 일으켰다. 한국 축구에 양현준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최 감독이 빚은 작품이다.

강원의 피날레는 해피엔딩이었다. K리그1에서 6위를 차지하며 당당히 '윗물'인 파이널A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K리그의 이슈를 집어삼킨 양현준은 8골-4도움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12골-13도움의 김대원은 K리그1 전체 공격포인트 1위를 차지했다.

강원은 2023년 또 한번 변화를 맞았다. 지방권력이 바뀌었고, 최 감독과 '환상호흡'을 자랑하던 이 대표가 떠났다. 그 자리를 '1년 선배' 김병지 대표가 꿰찼다. 그러나 좀처럼 하모니를 연출하지 못했다. 오해 아닌 오해가 있었다.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라운드는 이른 봄부터 '더위'를 먹었다. 가뜩이나 원정같은 홈경기를 치르는 악조건 속에 '논두렁 잔디'는 그 이점마저 앗아갔다.

구단의 인내심은 사치였다. 강원 구단은 '성적 부진'으로 최 감독에게 칼을 들이댔다. '굳이 왜?'라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여전히 지난해처럼 반등의 기회는 충분히 있다. 올 시즌은 이제 18라운드가 흘렀을 뿐이다. 20라운드가 더 남았다.

최 감독은 A매치 브레이크 기간이 시작되자 분주하게 전화를 돌렸다. 여름 이적시장 선수 보강을 위해 각 구단에 '읍소'했다. 그러나 최 감독의 시간은 여기까지였다. 지난 시즌의 환희가 재연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파리 목숨'은 모든 사령탑의 숙명이다. 구단이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이 '경질'이다. 최 감독도 피해가지 못했다. 다만 '잔류→6위', 강원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경질'이라는 칼춤에도 최 감독의 '무모한 도전'은 '성공'이었다.

강원은 최 감독의 후임으로 윤정환 감독(50)을 선임했다. 일본에서 주로 감독 생활을 한 그는 2015년과 2016년 울산 현대를 이끌었다. 당시 K리그 전적은 27승26무23패였다. 7년 만의 K리그 복귀다. 강원은 새 감독 체재로 K리그 휴식기 동안 팀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감독은 25일 수원FC를 상대로 첫 경기를 갖는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