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캡틴' 손흥민(토트넘)도, '괴물' 김민재(나폴리)도 없다. 페루전 포인트는 '플랜B'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16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페루와 친선 A매치를 치른다. 3월 A매치를 통해 첫 선을 보인 클린스만 감독의 두번째 평가 무대다. 지난 3월은 12년 만의 16강 진출에 성공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클린스만 감독도 막 지휘봉을 잡은 터라 시간이 없었다. 보다 직선적인 축구가 더해졌지만,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때문에 이번 6월 A매치는 클린스만 감독의 진짜 색깔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공수 핵심 자원들이 모두 빠진다. '에이스' 손흥민은 페루전을 벤치에서 출발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15일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벤치에 앉을 것이다. 매일 좋아지고 있지만, 내일까지 상황 지켜봐야 한다. 물론 시즌 끝나고 들어왔을 때보다 몸상태가 좋아졌다. 경기에 뛸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상태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29일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종전(4대1 토트넘 승) 후 현지에서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 탈장은 내장을 지지하는 근육층인 복벽이 약해지거나 구멍이 생기면 압력에 의해 내장이 복벽 밖으로 밀려 나오는 증세다. 특히 서혜부의 얇은 근육이나 인대가 뒤틀리거나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찢어질 때 주로 발생한다. 손흥민은 수술 후 지난 30일 귀국했다.
손흥민은 다른 해외파와 함께 파주NFC로 출퇴근하며 몸상태를 끌어올렸지만, 100%는 아니었다. 부산에 입성한 후 훈련시간을 늘렸지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전술 훈련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경기 출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수비진은 아예 새판을 짜야한다. 김민재는 15일 기초 군사훈련을 위해 입소했다. 대표팀 명단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대표팀 중앙 수비의 또 다른 축인 김영권(울산 현대) 조유민(대전하나시티즌) 권경원(감바 오사카)은 부상으로 빠졌다. 3월 A매치에 뛰었던 센터백이 모두 빠진 셈이다. 오른쪽 풀백 자리에도 김태환(울산) 김문환(전북 현대)이 자리를 비웠다. 변화가 불가피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수비라인에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많았다"고 했다.
역시 새 얼굴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3월과 비교해, 9명의 '뉴페이스'를 발탁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새로운 선수들이 증명을 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과 경쟁하며 아시안컵 출전에 대한 열망을 보여야 한다. 대체 발탁 되거나 기회가 왔을 때, 운동장에서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손흥민의 자리에 오현규(셀틱)가 들어가 투톱 형태로 변화를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전격적으로 신예들이 전면에 설 수도 있다. 수비라인은 '유럽파' 박지수(포르티모넨세)를 축으로,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김주성(FC서울) 등이 출전을 대기하고 있다.
색채는 바뀌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의 색깔은 보다 빠르고,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다. 핵심들이 빠져도 기조는 유지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에서 중요한 것은 연속성이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A대표팀은 1년에 몇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그 안에서 지속성을 보여야 한다. 핵심 자원들의 부재 속 변화는 있어야겠지만, 경험 많은 선수들의 리더십을 통해 잘 준비해서 지속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