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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많은 롯데 거인들…외국인 감독, 토종 금발 파이터까지 ’라이벌 팀 코치를 가족처럼’ [인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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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라이벌 매치. 구단주 간의 자존심 싸움까지 곁들여진 그라운드의 전쟁이다.



지난 주말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롯데와 SSG의 3연전이 열렸다. SSG가 먼저 2승을 거두며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고, 일요일 마지막 경기에서 롯데가 7대2로 승리하며 체면을 살렸다.



16일 경기에서는 SSG가 홈런 5방을 포함한 장단 15안타로 12대1의 대승을 거뒀다. 최주환과 에레디아의 솔로포, 오태곤의 투런포에 최정과 추신수가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며 롯데 마운드를 폭격했다. SSG 선발 맥카티는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6승을 거뒀다.



17일 경기는 SSG의 대역전극이 상영됐다. 7회까지 1-5로 뒤지던 SSG는 대거 7점을 뽑아내며 경기장을 찾은 정용진 구단주를 열광시켰다. 대타 전의산의 3타점 싹쓸이 역전 2루타가 결정적이었다.



18일 경기. 스윕패의 위기에 몰린 롯데의 반격이 거셌다. 전준우의 1회 솔로포로 기선을 제압한 롯데는 한동희와 윤동희가 5안타 3타점을 합작하며 7점을 뽑았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투수 반즈가 7이닝 무실점 호투로 SSG 타선을 틀어막았다. 7대2로 승리한 롯데는 4연패에서 탈출하며 한숨을 돌렸다.

치열했던 3연전, 홈 관중인 SSG 팬과 원정팀 롯데 팬들의 응원 대결도 대단했다. 양팀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싸우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경기 전 모습은 사뭇 달랐다. 롯데와 SSG는 사실, 인연의 끈이 촘촘하게 이어진 가족과도 같은 관계다. SSG 김원형 감독과 조원우 수석 코치는 롯데에서 감독과 수석의 위치를 바꿔 팀을 지휘했다. 조원우 수석코치가 2016년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한 후 1년 뒤 김원형 감독도 롯데로 팀을 옮겨 2018년까지 수석코치와 투수 코치를 맡아 조원우 당시 롯데 감독을 보좌했다.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롯데 선수들의 기억 속에 두 지도자는 좋은 스승으로 남았다. SSG와 만나는 롯데 선수들이 김원형 감독과 조원우 수석코치를 찾아 반갑게 인사하는 이유다.

또 한 명의 코치가 있다. SSG 조웅천 투수코치다. 조웅천 코치는 2020년 허문회 감독 시절 롯데 1군 불펜코치를 1년간 역임했다. 라이언 롱 현 롯데 1군 타격 코치가 그 당시에도 1군 타격 코치였다. 서튼 현 롯데 감독은 2군 감독으로 있던 시기다.



18일 경기를 앞두고 SSG 조웅천 코치와 롯데 서튼 감독, 롱 코치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포옹하고, 악수하고, 서로의 가슴을 두드리며 활짝 웃는 모습이 오랜 친구를 만난 듯했다.

지도자들의 만남에 선수들도 합세했다. 박세웅이 먼저 다가와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하자 조 코치는 손을 꼭 잡으며 격려했다. 구승민과는 더 허물없는 사이다. 옆머리를 잡아 위로 들어 올리는 조 코치의 짓궂은 장난에도 구승민은 유쾌하게 웃었다.

2020년 4월 군에 입대하기 전 잠깐 인연을 맺었던 황성빈도 조 코치에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그라운드에서 항상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황성빈. 조 코치는 황성빈의 엉덩이를 토닥이며 따뜻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얼마 전 다시 1군에 복귀한 김상수도 조 코치와 웃으며 인사했다. 김상수는 2020년까지 키움에서 활약한 후 2021시즌 SSG로 팀을 옮기며 조 코치와 인연을 맺었다.



짧았지만 정 넘쳤던 라이벌 코치들의 만남. 손 흔들며 멀어지는 서튼 감독을 향해 조 코치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야구인들은 함께 경쟁하며 같이 살아가는 동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