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윤영철은 라이벌이 아닌데요. 저보다 야구 더 잘 했던 친구들이거든요."
한화 이글스 문현빈(19)은 20일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 5번 타자로 선발출전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선수가 꾸준히 선발출전하는 것도 놀라운데 3번 노시환, 4번 채은성과 나란히 중심타선에 들어갔다. 높아진 기대, 위상을 보여주는 타순 조정이었다.
최원호 감독은 "중심타선에 들어가도 될 정도로 요즘 타격감이 좋다. 중심타선에 있으면 해결을 해야하는데, 초구부터 적극적인 스윙을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타선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세 타석 연속 삼진을 당한 뒤,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터트렸다. 지난 3경기에서 11타수 5안타를 기록했다.
요즘 문현빈, 매우 뜨겁다. 지난 주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와 6연전에서 타율 3할8푼1리(21타수 8안타)를 올리고 프로 1~3호 홈런을 때렸다.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보람을 느꼈다."
올해 신인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선수인 김서현, 2순위 윤영철(KIA), 3순위 김민석(롯데)보다 주목받고 있다. 문현빈은 2라운드 지명으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좀 이르지만 청소년대표 시절 팀 동료들인 이들과 신인왕 이야기를 꺼냈더니,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신인상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있다. 다치지 않고 1군에서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고 했다. 다소 정형화된 모범답안이다.
1m74,82kg. 얼핏봐도 단단하다. 작은 탱크같다.
"홈런을 치면 빨리 잊으려고 한다. 아마시절에 좋은 타구를 날리면 다음 타석 때 욕심이 들어가 결과가 안 좋았다. 홈런 치기 전 마음가짐으로 다음 타석, 경기에 들어가려고 했다."
멘탈좋은 선수라는 평가처럼 생각이 단단하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 팀 내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개막 1군 엔트리에 들어갔다. 개막 후 한달간 2할대 초반에 그쳤다. 프로가 만만할리 없다.
"시범경기 때보다 잘해야 된다,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타석에서 투수랑 어떻게 싸울까 그런 생각은 안 하고 '이번에 안타를 쳐야 타율이 오를텐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내 스윙을 못했다."
타고난 파워히터가 아닌데, 지난 주 홈런 3개를 몰아쳤다. 지난 해 가을 마무리캠프 때부터 한화 사람들은 그의 타격능력이 남다르다고 했다.
"아마시절부터 빠른 타구를 잘 만들었다. 공이 뜨면 좀 멀리 갔다. 멀리 치려고 의식한게 아니라 강한 타구를 만들다 보니 운 좋게 넘어간 것 같다."
배트 스피드가 좋아야 강한 타구를 날릴 수 있다. 아마 때부터 배트 스피드를 빨리 가져가려고 노련했다고 한다.
문현빈은 데뷔 시즌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성적, 기록을 언급하지 않았다.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장타가 필요하면 장타를 쳐줄 수 있고, 컨택트가 필요할때 컨택트로 기여할 수 있는 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팀이 치른 64경기 중 59경기에 출전했다.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의 절반 이상이 남아있다. 어느 순간 체력적인 부담이 찾아올 것이다. 신인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도 겪는 일이다. 문현빈은 "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잘 먹고, 일찍 자고, 많이 자려고 노력중이다"고 했다.
문현빈은 20일 KIA전 4회초, 외야 스탠드를 맞고 그라운드로 들어온 최형우의 홈런공을 관중석에 있던 팬에게 던져줬다. 최형우는 이 홈런으로 이승엽(1498타점)을 제치고 통산 1500타점 1위가 됐다. 경기에 집중하고 있던 문현빈은 이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