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차별화 된 재난물로 올해 여름 극장가의 문을 두드린다.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박지후, 김도윤과 엄태화 감독이 참석했다.
오는 8월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탄탄한 세계관과 참신한 소재로 기존 재난 영화와 색다른 재미를 예고했다. 연출을 맡은 엄 감독은 "7년 만에 영화를 내놓게 됐는데, 감회가 새롭다는 표현 말고는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4년 전에 레진코믹스라는 곳에서 '유쾌한 왕따'라는 작품을 봤고, 2부 '유쾌한 이웃'이 있는데, 대지진이 일어나서 서울 근방에 있는 건물들이 무너지는데 어떤 아파트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설정의 웹툰이었다. 배경이 아파트라는 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아파트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이라면 아파트는 친숙하고 익숙한 공간이지 않나. 이런 극한 상황에는 친숙한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상상하면서 각색해봤다"고 전했다.
이병헌이 연기한 새로운 주민 대표 영탁은 주민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점에 대해 "굳이 장르로 따지자면 재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나 싶을 정도다. 보통의 재난 영화라면 재난이 진행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재난'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가 개부분이겠지만, 이 영화는 재난이 벌어지고 그 이후에 어떻게 버텨나가는지 서로가 소통하면서 상황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휴먼이나 블랙 코미디 장르에 가까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서준은 가족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는 민성을 연기했다. 그는 "역할 자체도 그동안 했던 작품들과는 다른 결이고 이 안에서 많은 감정의 변화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앞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꼭 하고 싶었던 이유는 엄태화 감독님도 물론 너무 뵙고 싶었지만, 이병헌 선배의 워낙 팬이어서 꼭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다. 사실 저에게 먼저 제안이 왔던 작품도 아니었다. 제가 출연하고 싶다는 걸 감독님께 강하게 어필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주셔서 민성이란 캐릭터를 잘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재난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명화 역을 맡았다. 영화 '너의 결혼식'(2018)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우연히 시나리오를 보고 소속사 대표님께 '이 영화 너무 하고 싶은데, 제가 할 수 있는지 여쭤봐 달라'고 했다"며 "근데 대표님이 '이 작품 병헌이 형도 할 수 있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시더라. 저도 다른 장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기 때문에 박서준처럼 이 작품을 꼭 출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극 중 박서준과 신혼부부로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선 "촬영 첫날에 박서준과 소품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만났다"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고 웨딩드레스를 입고 촬영을 시작했는데, 서로 다정해 보여야 하지 않나. 어디까지 손을 올려도 되는지, 혹여나 (박서준에) 실례가 되진 않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촬영이 끝나고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편한 느낌이 들었다"고 만족해했다.
박보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합류한 계기에 대해 "시나리오가 5할, 이병헌 선배 5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 기억 소리를 낸다'라는 지문이었는데, 제가 상상하지도 못한 연기를 펼치시더라. 지문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 감독님께서 너무 만족해하시면서 '혹시 다른 버전이 있을까요?'라고 물어보셨는데, 곧바로 다른 연기를 보여주시더라. 그 모습을 보고 '100가지 버전을 준비하셨나'란 생각이 들었다. 촬영 끝나고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를 잘하시다가도, 카메라가 켜지면 눈빛이 돌변하시더라. 눈을 갈아 끼우신 줄 알았다(웃음). 분명 10초 전에 봤던 눈이 저 눈이 아니었는데, 잠깐 사이에 어떻게 저렇게 변할 수 있지 싶었다"고 감탄했다.
박서준은 "이병헌 선배를 처음 뵙기 전에 너무 궁금했다. 작품에 대한 결과물은 나오지만, 또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건 다르지 않나. 장면 한 컷 한 컷에 대해 모니터를 하시면서 유연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배울점이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만으로도 신났다. 또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많은 아파트 주민들이 나오지 않나, 배우 분들이 화면에 보이지 않더라도 최선의 노력으로 열정을 쏟아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병헌은 후배들의 말에 "나 갖고 놀아?"라고 쑥쓰러운 듯 웃어보인 뒤, "솔직히 현장에서 제 롤만 생각하는 느낌이 강한 배우다. 내 생각만 하느라 분위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따로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맡은 롤을 최선을 다해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며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