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우승권 도약을 위한 회심의 승부수, 그러나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2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마운드 운영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0-3으로 뒤지고 있던 3회말 1사 1루에서 선발 투수 찰리 반즈의 교체를 결정했다. 당시 반즈의 투구수는 44개로 꽤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반즈가 선두 타자 볼넷 뒤 김현수에 땅볼을 유도, 첫 아웃카운트를 잡자 배영수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뛰쳐 나왔고, 반즈에게 그대로 공을 넘겨 받았다.
3회말 시작 전부터 롯데는 반즈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2회말 수비가 끝난 뒤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가 불펜에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근 선발에서 불펜 전환한 한현희는 멀티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라는 점에서 그의 등장은 반즈의 교체 가능성을 암시할 만한 장면이긴 했다.
반즈의 이날 투구 내용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1회말 선두 타자 홍창기에 내야 안타를 내주고 문성주에 좌중간 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2회말에도 2사후 연속 안타 뒤 손호영에 뿌린 초구 체인지업이 좌월 스리런포가 되며 3실점했다. 3회 선두 타자 문성주에 볼넷을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다. 다만 1회 연속 안타 뒤 삼진과 병살타로 무실점을 기록했고, 3회에도 야수 선택으로 선행 주자를 잡은 상황. 점수차나 투구수 모두 선발 교체를 떠올리기엔 이른 타이밍이긴 했다. 이럼에도 서튼 감독은 결정을 내렸다. 현장에선 반즈의 부상 또는 컨디션 문제가 거론됐으나, 롯데 측은 "특별한 부상이 아닌 컨디션에 따른 경기력 저하"를 교체 사유로 밝혔다.
롯데는 주중 3연전에서 KT 위즈에 스윕패를 당한 뒤, 23일 잠실 LG전에서도 7회까지 뒤지고 있다가 8회 동점, 9회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 한숨을 돌렸다. +10에서 0이 될 뻔했던 승패마진을 +2로 다시 늘리는 데 성공했다. 24일 LG전은 불씨를 살릴 기세를 이어갈 타이밍이었다. 반즈의 조기 강판 결정은 서튼 감독이나 롯데 벤치 모두 승리에 대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는 폭투와 볼넷, 1루 견제 실책으로 스스로 실점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문보경에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진 김민성과의 승부에서도 우중간 적시타를 맞으면서 0-3이었던 점수차는 0-6이 됐다. 그나마 살아 있던 추격 가능성까지 사라진 순간이었다.
롯데 마운드엔 최근 여유가 없다. 시즌 초반 선발진 부진 속에 버티던 불펜이 피로 누적 여파를 여실히 드러내면서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와의 주중 3연전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경기 모두 선발 6이닝 투구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11명의 불펜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23일 잠실 LG전에서 '안경에이스' 박세웅이 8이닝 역투를 하면서 이런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성공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24일 LG전에서도 반즈가 이닝을 조금 더 끌고 갔더라면 불펜 부담을 조금 더 덜 수도 있었다.
서튼 감독은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즌 초반 쌓아 올린 승패마진이 깎이긴 했으나 여전히 선두권 추격이 가능한 위치이기에 '우승'이라는 목표를 가질 만하다. 그러나 시즌 반환점을 돌지도 않은 시점인 지금 롯데의 모습에선 조급함과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후반기 반등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