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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노메달, 韓여자배구 현실적 위치…김연경 공백 메우기 어렵다" 세자르의 냉정한 시선 [항저우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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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은 중국전에 주포의 체력을 낭비하길 원하지 않았다. 그는 "아시안게임 노메달은 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라고 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사범대학교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8강리그 중국전에서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했다.

에이스 리잉잉(1m92) 초장신 센터 위안 신웨(2m2)는 물론 왕위안위안(1m96) 공샹유(1m89) 왕윤루(1m91) 우멍지에(1m89) 등 '만리장성'다운 장신숲은 압도적이었다. 높이는 물론 운동능력마저 한국보다 한수 위였다. 리베로 왕멍지에의 수비력도 뛰어났지만, 선수 대부분이 리시브를 하고, 코트 전체를 커버하는 수비도 돋보였다. 4명의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공격 분포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한국은 강소휘(9득점, 공격성공률 28.1%)가 분투했지만, 박정아(6득점, 15.8%)의 도움 없이는 역부족이었다. 역력한 힘의 차이를 드러낸 완패였다. 이주아(6득점)의 깜짝 활약을 앞세워 16-11까지 앞서다 역전패한 2세트가 아쉬웠다.

이로써 한국은 준결승 진출에 실패, 북한과 함께 5~8위전으로 내려앉았다. 1승을 안고 올라온 베트남과 중국이 북한과 한국을 각각 격파한 결과다. 결국 예선리그에서의 베트남전 패배에 발목을 잡혔다.

세자르 감독은 3세트 도중 리시브 실수 직후 강소휘를 교체, 끝까지 투입하지 않은데 대해 "퍼포먼스보다는 북한전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답했다.

"중국을 이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첫 캐치부터 위험을 감수하는 플레이를 시도했다. 문정원을 선발로 내서 안정성을 높이고 다양한 공격옵션을 가져가고자 했다. 준비한 모습이 조금 나왔지만 승리하지 못해 아쉽다."

세자르 감독은 "남은 순위 중 가장 높은 5위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특히 아시아선수권에서 이기지 못했던 카자흐스탄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미들블로커 4명' 체제에 대한 이유도 조금 보여줬다. 2세트 도중 이주아를 투입, 미들블로커 3명을 활용해 적극적인 외발 공격(이동공격)을 구사해 효과를 봤다. 중국에 맞서 블로킹벽도 높였다.

세자르 감독은 "정통 아포짓을 찾는게 어렵다보니 준비했다. 미들블로커 4명 모두 VNL(발리볼네이션스리그) 때부터 함께 했던 멤버들이고, 또 아포짓인 문정원이 리시브를 받아주니까 가능하다. 계획대로 이주아가 잘 해냈다"고 돌아봤다.

강소휘, 박정아를 비롯한 모든 한국 선수들은 실망감 가득한 얼굴로 인터뷰 없이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세자르 감독은 "아직 경기가 남아있다. 선수들이 매경기가 한국 배구 수준을 끌어올릴 기회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잘 믿고 따라와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결과가 우리의 위치를 말해준다. (아시안게임 노메달이)한국 여자배구의 현실"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한국이 김연경을 잃은건 세르비아가 보스코비치를, 터키가 바르가스를 잃은 것과 같다. 그가 해주던 30~40점을 다른 여러 선수가 하나가 되서 끌어내야하는데, (김연경의 공백에 대한)해결책을 임기 내내 찾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앞서 남자배구가 1962년 자카르타 대회(남녀 모두 첫 참가) 이후 61년만의 첫 노메달이란 수모를 당한데 이어 여자배구마저 무너졌다. 여자배구로선 17년만의 아시안게임 노메달이다. 15번의 아시안게임에서 2006 도하 대회(5위)를 제외하고 최소 동메달 이상을 따냈었다. 1994 히로시마, 2014 인천 대회 때는 금메달도 거머쥐었던 여자배구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최근 국제무대 부진을 씻고 자신감 회복을 꿈꿨다. 반등의 소망은 항저우에서 한층 처참하게 박살났다. 남자배구는 인도, 파키스탄에 무너지며 7위에 그쳤고, 여자배구 역시 베트남전 패배는 물론 네팔에게마저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V리그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좋은 대우를 받는 리그다. 남자 대표팀의 연봉 총액은 '10억 세터' 한선수를 중심으로 66억원을 넘는다. 여자 대표팀 역시 7억7000만원의 박정아를 비롯해 총연봉이 22억원 이상이다.

'우물안 개구리'를 키우느라 연봉 덩치만 커졌을 뿐, 점점 악화됐던 내실이 제대로 터졌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안게임 출전팀은 V리그 아시아쿼터 연봉(10만 달러)에도 깜짝 놀라는 선수들로 구성돼있다. 참사, 굴욕, 망신, 어떤 말을 붙여도 부족하지 않을 현실이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