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시즌 도중 사령탑이 사퇴했다. 빈 자리를 채우는 건 당연한 절차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2023시즌을 마친 롯데 자이언츠에게 당면한 문제다.
래리 서튼 전 감독이 사퇴한 건 지난 8월말. 벌써 두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정규시즌은 수석코치였던 이종운 감독대행 체제로 마쳤다.
야구팀을 이끄는 건 감독이지만, 만드는 주체는 단장을 위시한 프런트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성민규 단장의 '위기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응을 미루고 있다.
2019년 9월 취임한 성 단장은 '프로세스'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 1992년이고, 21세기 들어 단한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팀. 외부 영입인데다 첫 선수 출신 단장의 탄생.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바람이었다.
옳든 그르든 4년간 성 단장의 행보는 그간의 롯데와는 달랐다. FA 계약에 있어 정에 호소핫기보단 선수에 끌려다니지 않는 단호함을 강조했고,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유망주의 수집과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드래프트에서는 이름값보다 '툴가이'로 불리는 재능을 중시했다. '피칭랩'과 '드라이브라인 훈련'을 비롯한 미국식 훈련법과 기구들이 잇따라 도입됐다.
올해는 3년간 모아들인 유망주의 성장에 기대를 걸었다. 여기에 170억원어치 FA 3인(유강남 노진혁 한현희)의 영입을 통해 베테랑의 경험을 더한 '윈나우'를 꿈꿨다. 구단 수뇌부는 '톱3'를 목표로 제시했고, 사령탑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공언했다.
하지만 올해도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코치진 내홍으로 시즌 도중 1,2군 코치진 개편이 이뤄지기도 했다. 성 단장으 부임 당시 3년안에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4년간 단 한번의 가을야구도 못한 현실에 직면했다.
롯데와 성 단장의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다. 하지만 구단 내부는 물론 야구계 전반에 성 단장의 위기론이 널리 퍼져있다. 이강훈 대표는 "지난 4년간의 성적이나 육성이 미흡했다"는 평가와 함께 내년에는 다를 것이라 공언하기도 했다.
단장은 신인 드래프트부터 외국인 선수와 팀 운영 전반을 총괄하는 프런트의 수장이다. 새 감독을 선임하기 위해 구단 수뇌부, 더 나아가 그룹 고위층의 결정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롯데 구단은 성 단장의 거취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유임이든 불신임이든, 지난 4년에 대한 구단의 평가가 내려진 뒤 그 기조를 이어받은 단장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게 정상적인 '프로세스'다.
'초보 감독'은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으로 물망에 오른 김태형 전 감독 외에 함께 고민 중인 다른 사령탑들 역시 우승 경력을 지닌 경험많은 이들이다.
그렇다 한들 더이상 옛날처럼 감독이 전권을 쥐는 시대는 지났다. 새 감독은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팬들의 염원을 이뤄줄 인물이어야한다. 그러자면 구단의 의지를 대표하는 단장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