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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웅이가 KIA에…" 수입 뚝 끊겼는데 롯데 영입 제안 거절한 베테랑 코치, 분당에서 꾸는 꿈[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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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성남시)=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에서 '김광림 야구학교'와 분당구B 리틀야구단을 운영중인 김광림 전 두산 NC KT 코치.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야구학교 1기 출신 청담고 우완 최지웅(19)이 6라운드 전체 56번으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됐다는 소식. 1m88, 90㎏의 당당한 체구에서 최고 구속 150㎞를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제구와 경기 운영 등 세기를 다듬으면 대형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원석이다.

보람 있는 일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지속해온 꿈나무 육성의 외길. 뚝심과 노력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말 못할 어려움이 많았다. 코로나19 집합금지 여파로 학생이 뚝 끊겼다. 살고 있던 집까지 은행에 담보를 잡혀야 했다. 견디기 힘든 경제적 압박 속에서도 오직 사명감 하나로 버텼다.

유혹도 있었다.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갖춘 검증된 타격이론가. 프로구단들의 수요도 여전하다.

"롯데 등 프로구단에서 코치 영입제안이 왔었죠. 정중히 거절했어요. 저는 프로에서 할만큼 했고, 꿈나무 육성 일을 시작할 때 결심했던 것도 있었거든요."

김광림 교장에게 꿈나무 육성은 돈보다 사명에 더 가깝다.

"어릴 적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중학교를 포기해야 했어요. 야구가 저를 살렸죠.야구 덕분에 진학을 했고, 대학을 나와 프로에서도 뛸 수 있었으니까요."

충남중학교-공주고 시절부터 한대화 이상군과 함께 충청권 빅3로 평가받던 청소년 대표 출신. 1993년 외야수 부문 골든들러브, 1995년 프로야구 타격왕에 한일 슈퍼게임 국가대표 등 화려한 경력에 빛나는 KBO리그를 대표했던 정교함의 대명사. 만약 야구의 꿈을 포기했다면 오늘날의 김광림도, 야구학교도 없었다.

야구학교는 유소년, 엘리트, 사회인 야구 등 목적과 수준에 맞춘 전문화된 클래스를 운영한다.

꿈나무반은 크게 세 파트로 운영된다. 약 30여명의 전문 선수반과 80~85명 규모의 취미반. 그 사이에 육성반(꿈나무반)이 있다.

어릴 적 체력단련을 위해 태권도를 배우듯 취미반을 통해 자연스레 야구를 접한 어린이 중 남다른 소질을 발견하면 꿈나무반에서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체크 받는다. 취미가 자연스레 먼 훗날 직업이 될 수 있는 구조.

전 NC 다이노스 투수 출신 김병승 코치가 투수를, 전 KIA 타이거즈 야수 출신 송찬혁 코치가 수비와 타격을 맡고 있다. 이 밖에 생활체육지도자와 트레이닝 전문 코치까지 총 5명의 코치가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한다.

타격지도에 일가견이 있는 김광림 교장의 지도 철학은 프로 때부터 확고하다.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 자신이 하고 싶은 타격을 마음껏 하도록 한다. 그러다 벽에 부딪혀 조언을 구할 때 원포인트 레슨을 통해 깨우침을 준다.

" 개인적으로도 보고 듣는 게 많은 비디오 세대잖아요.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게 해야해요. 우선 스스로 자기 것을 만들어야 하죠. 막혀서 찾아올 때 그때 비로소 제대로 느낄 수 있죠. 저는 프로에서 퓨처스리그 선수들도 제 틀 안에 넣지 않고 개성을 살리는 티칭을 했어요. 구부린 독특한 폼으로 타격하는 NC 권희동 선수가 대표적이죠."

야구 보급과 대중화, 꿈나무 육성에 있어 중요한 거점이자 인큐베이터 역할이다.

아이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매역 바로 앞 번화가에 실내 야구교실을 열었다. 실내 배팅과 22m 피칭이 모두 가능한 140평 공간의 공간. PT장과 라커에 샤워까지 최신식 시설을 갖췄다. 밖으로도 나간다. 일주일에 두차례씩 인근 백현야구장에서 실외 훈련과 시합을 한다.

김광림 교장의 걱정은 꿈나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유일한 야외 공간인 백현야구장이 개발 논리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현실이다.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대체구장 논의는 어른들의 논리에 묻혀 지지부진하다.

열정이 벽에 부딪히는 힘 빠지는 현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지향점도 분명하다. 야구 보급의 지평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다.

자신 처럼 야구의 꿈을 꾸는 어린이들은 물론 야구가 힘든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마련해 힘 닿는 대로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의지가 강렬하다.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있고, 저를 필요로 한다면 야구를 가르쳐 주고 싶어요. 아직은 금전적으로 완전한 재능기부는 어렵지만 여유가 되는 한 몸이 불편하신 지체장애인 등 야구에서 소외된 분들께도 야구를 가르쳐 드리고 싶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는 한 저는 이 일을 계속할 겁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