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강'이 동시에 무너졌다.
지난 주말 막을 올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개막 라운드의 키워드는 '대이변'이었다. 2024시즌 파이널A에 진출했던 6팀이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 5위였던 수원FC마저 무너졌더라면, 전패할 수도 있었다.
15일 포항 스틸러스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개막전이 서막이었다. 포항은 지난 시즌 6위, 대전은 8위였다. 주민규 정재희 하창래 박규현 등 폭풍 영입에 성공했다고 하나, 대전은 무려 15년 동안 포항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한 지독한 '포항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포항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를 먼저 소화하며 예열까지 마친 터였다. 결과는 놀랍게도 대전의 3대0 완승이었다. 최건주가 개막 축포를 터뜨렸고, '국대 스트라이커' 주민규가 멀티골을 폭발시키며 이적 신고식을 제대로 했다.
이어진 경기도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시즌 4위이자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FC서울이 지난 시즌 7위 제주 유나이티드에 0대2로 덜미를 잡혔다. 서울은 김진수 정승원 문선민 등을 더하며, 9년 만의 K리그 우승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고전 끝에 패했다. "홈에서만큼은 지지 않겠다"던 제주는 강력한 압박축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시즌 창단 최고 성적을 거뒀던 수원FC도 광주FC와 0대0으로 비겼다. 전체적인 짜임새는 지난해 못지 않았지만 확실한 한방이 부족했다. 주전급이 대거 이탈한 광주도 2% 부족한 모습이었다.
16일 '대박'이 터졌다. 정규리그 3연패에 빛나는 '디펜딩챔피언' 울산 HD가 '승격팀' FC안양에 0대1로 패했다. 지난 시즌 왕조 구축에 성공한 울산은 허율 이희균 이진현 윤종규 등 젊은피를 대거 더하며 김판곤식 다이나믹 축구를 업그레이드했다. 올 시즌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분류됐다. ACLE에서 조기 탈락한 울산은 베스트 전력을 남겨두고 개막전에 주력했음에도, 무기력한 경기 끝 후반 46분 모따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릎을 꿇었다. 안양은 창단 첫 K리그1 경기에서 대이변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시즌 2, 3위팀도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지난 시즌 준우승이라는 돌풍을 일으켰던 강원FC와 3위 김천 상무는 나란히 대구FC와 전북 현대에 1대2 역전패했다. 윤정환에서 정경호 체제로 바뀐 강원은 토트넘으로 떠난 '고등윙어' 양민혁과 군입대한 '국대 풀백' 황문기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천도 100%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추락했던 대구와 전북은 첫 판부터 승리하며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 경기력까지 좋았다. 대구는 포백으로 전환하며 날카로운 공격축구를 선보였고, 전북은 직선적이면서도 빠른 공격 전환을 앞세워 '닥공' 부활을 알렸다.
개막 라운드부터 이변이 이어지며 2025시즌 K리그는 대혼돈을 예고하고 있다. 첫 라운드 결과, 지난 시즌 파이널B팀들이 1~6위에, 파이널A팀들이 7~12위에 자리해 있다. 이같은 흐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전북, 대전, 제주 등이 절치부심한만큼, 상위권 판도를 흔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반면 강원, 수원FC, 김천 등은 전력 보강 요소가 딱히 없었다.
뚜껑을 열고보자, 예상 보다 더 큰 폭의 폭풍이 초반부터 몰아치고 있다. '2강'이라 불렸던 울산, 서울마저 일찌감치 무너지며,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상향 평준화 물결은 올 시즌 시작부터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절대강자, 절대약자도 없는 시즌 초반 순위싸움은 역대급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또 어떤 이변이 터질지, 2라운드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