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차주영(35)에게 '원경'은 애착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긴 작품이 됐다.
tvN과 티빙을 통해 동시공개된 월화드라마 '원경'(이영미 극본, 김상호 연출)은 남편 태종 이방원(이현욱)과 함께 권력을 쟁취한 원경왕후를 주인공으로, 왕과 왕비, 남편과 아내, 그 관계에 감춰진 뜨거운 이야기를 담은 작품. 최종회 시청률 6.6%를 기록하면서 호평 속에 종영했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기준)
'원경'은 차주영의 첫 주연작이자 타이틀롤, 그리고 첫 사극이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기는 했지만, 단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된 것은 파격적인 일. 제작진의 과감한 선택 덕에 발탁된 차주영은 "타이틀롤 첫 주연에 사극이라는 장르를 소화해야 하다 보니 부담이 컸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차주영이 연기한 원경왕후는 실존인물임에도 남은 기록이 많지 않았기에 상상의 영역에 기댄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의식한 듯 차주영은 "태종 이방원, 태조 이성계, 세종대왕에 비해 원경왕후라는 인물은 남은 게 많지 않았다. 비워진 부분들을 창조해야 했다. 제가 느끼는 감정으로 채워넣을 수밖에 없었다. 큰 줄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감정을 기저에 두고 작품을 하려고 했다"며 "원경이라는 여성 서사를 앞세웠기에 작품에 거부감이 들 수 있었을텐데 누가 되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차주영은 '원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룰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싶었고, 그래서 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과감히 해내려고 했다. 그렇지만 부담감은 해소가 안됐다. 현장에서도 도망가고 싶었고, 뻔뻔해지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제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이 작품이 길을 잃을 것 같았다. 내가 하는 게 답이라 주입하고 정신승리하며 버텼다. 나에게 확신이 있는 것마냥 행동해야 팀원들이 날 따라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원경왕후가 풍파 속에서 늘 당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저와 맞닿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으로 '발탁'을 당했음에도 현장에 대한 아쉬움은 남았다. 차주영은 "대본을 완고까지 보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서 어떻게 끝맺음이 될지 몰랐다. 현장에서 의지할 사람은 저와 이현욱 오빠 딱 둘이었다. 많은 부분들이 현장에서 조율(변경) 됐다. 대본을 외워서 가면 현장에서 다 바뀌었다.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했고, 그 부분은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희에게 많은 부탁을 한 부분이었다. 제가 아무리 제것을 연기하지만, 제 말 한 마디가 바뀌었을 때 상대 배우의 감정도 바뀔 수 있는 것이라 조심스러웠다. 추가대본이 나와서 어떻게 영상이 되어 나올지도 아는 바가 없었다. 편집이나 후반 작업에 의해 많이 달라지기도 하니, 종영할 때까지 현욱 오빠에게 의지하면서 봤다"고 했다.
극 초반에 등장했던 노출 장면도 화제가 됐다. 해당 장면을 두고 배우 소속사가 편집을 요구했지만 제작진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등의 오해를 키우면서 더 논란이 됐다. 결국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배우와 소속사에 단계적 확인을 거쳤으며 이미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촬영에 임했다고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해는 더 커졌다. 차주영 또한 이날 인터뷰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의미심장한 반응을 내놓아 제작진에 대한 오해를 더 키웠다. 차주영은 "아쉽다. 부부 침실 이야기에는 거부감이 없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하고 싶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단번에 얘기하기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의심을 증폭시켰다.
현장 상황과 대본 변동, 말하고 싶지 않은 노출신까지 많은 일이 있었던 '원경'이었음에도 차주영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촬영이 끝나도 이 작품을 떠나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는 소진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앞으로 무슨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끌어서 휘발시켜야 했던 것 같다. '다음에 이만큼의 에너지를 쏟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실 그 사이에 또 촬영을 했다. 짧지만 강렬한 것 하나를 찍어뒀고, 영화 작은 것도 하나 찍었다. 주어지면 책임감에 또 쏟아내고 '이제는 못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다 재미있는 게 보이면 또 해보는 거다"라며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