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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관광 '도장깨기' 도전…색다른 매력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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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이다. 매년 오는 계절이지만, 매번 느낌이 새롭다. 강인한 생명력의 기운을 느끼기엔 지금이 제격이다. 꽃이 피고, 파란 새싹이 돋아난다. 녹색의 향연이다. 온몸으로 봄을 예찬하며 떠나는 발걸음은 설렘을 닮았다. 특별한 게 없어도 좋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자신을 감추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게 봄이다. 한국의 봄은 지역마다 독특함을 품고 있다. 작은 땅덩어리지만 산맥이 남북을 가로지르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적 특성상 봄의 시작은 제각각이다. 녹색 관광·치유 관광 등 대안 관광이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 지금, 올해는 국내 지역 관광 '도장 깨기' 도전에 나서는 건 어떨까. 여행자에겐 한국의 색다른 매력을 알아가는 기회가 되고, 여행업계엔 다시 뛸 수 있는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작은 봄 여행이다. '2025-2026 한국 관광 100선' 중 봄날의 따스함을 머금은 곳을 걷다 보면 익숙해 하찮게 봤던 풍경이 낯설게 변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처럼.

▶세계 유일 문화 관광지 '문산 DMZ'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 한국의 현주소지만, 익숙해서 잊고 있었다. 어디에도 없는 '평화' 주제 관광이 가능한 '문산'이다. DMZ 접경지역에 있는 파주 임진각(평화누리공원)은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관광지로 꾸준히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실향민들이 고향을 바라보던 임진각과 망배단, 전쟁으로 파괴된 임진강 독개다리, 총탄 자국이 선명한 장단역 증기기관차 등이 남아 있고 알록달록한 바람개비 언덕과 임진강변생태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철책 너머로 이어지는 임진각평화곤돌라는 민통선을 넘는 특별한 이동 수단이다. 곤돌라에서 내려 미군 주둔 시설이었던 캠프 그리브스를 방문하면 가이드 투어(70분)를 통해 탄약고, 숙소, 전시관 등을 관람할 수 있다. '2025-2026 한국관광100선'에 선정된 DMZ 생생누리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구현된 DMZ의 역사와 생태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 VR 드론 라이더, DMZ 비밀의 숲, 미디어아트 전시 등이 있으며, 곤돌라 이용객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DMZ 평화관광은 한반도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에서 출발하며 셔틀버스를 타고 제3땅굴, 도라전망대, 통일촌을 둘러보는 약 3시간짜리 코스로 진행된다. 인근 명소로는 헤이리 예술마을과 파주출판도시가 있다. 라이브 드로잉 대가 김정기 뮤지엄,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등도 볼거리다. 지혜의 숲에서는 거대한 서가에서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으며, 출판도시 활판인쇄박물관에서는 직접 활자를 골라 인쇄해 볼 수 있는 체험이 가능하다.

▶역사와 전통, 자연의 하모니 '대관령 목장'

한 때는 이만한 여행지가 없었다. 그런데 교통의 발달로 인해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평창군과 강릉시 경계에 있는 해발 832m의 고개, 대관령이다. 대관령은 한국에서 보기 드문 넓은 고원지대가 펼쳐지고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이 내리며 바람은 강한 편이다. 사람의 발길은 뜸해졌지만 지형적, 기후적 조건을 바탕으로 목장과 풍력발전단지가 어우러지는 이국적인 풍경이 여전하다.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 볼거리도 다양하다. 대관령이 '한국관광 100선'에 5회 연속 우수 관광지로 선정된 이유다. 대관령에는 크고 작은 목장이 여럿 있는데 그중 삼양라운드힐과 하늘목장, 대관령양떼목장이 3대 목장으로 꼽힌다. 삼양라운드힐은 서울 여의도 면적 약 7배에 달하는 규모와 시원한 전망으로, 하늘목장은 사계절 운영하는 트랙터 마차와 희귀 양인 발레 블랙노즈 양 등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대관령양떼목장은 인기 포토존인 나무 움막이 매력 포인트다. 국내 대표 스키장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으로 사용된 모나용평과 알펜시아리조트도 대관령에 자리한다. 대관령에는 다양한 주제의 체험 공간도 가득하다. 동계올림픽을 추억하고 동계스포츠를 체험하는 평창올림픽기념관(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기념관), 대관령의 신선한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보는 바람마을 치즈체험장, 전 세계 각종 인형을 전시하는 비엔나인형박물관 등이 있다.

▶ 덕장 이순신의 숨은 이야기 가득 '아산 현충사'

충남은 봄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곳이다. 한국에서 소를 가장 많이 키운다는 홍성의 소고기 음식과 붕장어탕 등 식도락 여행부터 천안 터미널 인근의 소소한 문화 기행, 왕이 즐겼다는 온양 온천의 매력과 3.1절의 절개를 느끼는 목감 독립기념관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만해 한용운, 김좌진 장군의 생가, 이응노의 집도 충남의 자랑이다. 충남에는 수많은 지역 관광지가 있지만, 이중 봄의 생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을 꼽자면 아산 현충사가 제일이다. 현충사는 이순신을 기리는 사당이다. 한국인을 넘어 세계적인 명장, 덕장으로 꼽는 이순신을 모신 사당 주변은 잘 가꾼 정원을 연상케 한다. 사당을 두고 아래로 고택, 활터, 구 현충사 건물, 정려, 기념관 등이 모여 있다. 경내에 들어서면 맨 처음 나오는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서는 이순신의 업적과 함께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데릴사위로 있었던 처가 등 새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이밖에 참외를 주지 않는다고 참외밭을 망쳐버린 악동, 무과 시험에 실패하고 좌절하던 청년, 백의종군하던 중 어머니의 죽음에 괴로워 울던 효자 등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만날 수 있다. 아산 여행에서 온천을 빼면 허전하다. 세종대왕이 다녀간 후 현종, 숙종, 영조, 정조까지 왕들이 사랑한 온양온천은 '왕실 온천'이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온양민속박물관은 감각적인 전시와 행사로 몇 해 전부터 핫한 여행지로 꼽힌다. 세계꽃식물원은 사계절 내내 싱그러운 녹음과 화사한 꽃으로 여행자를 맞아준다.

▶'동의보감'의 고향, 건강 충전 '산청 동의보감존'

국내 지역 관광 '도장 깨기'에 나서려면 우선 체력이 필요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충전이 절실한 요즘, 산청 동의보감촌은 건강한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산청은 지리산 천왕봉을 지붕으로 둔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다. 산청 땅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다디단 공기가 느껴지고, 도시에 찌든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진다. 지리산 자락에서 자라는 1000여 종의 약초로 만든 건강한 음식은 면역력을 높여준다. 그 중심에 허준의 동의보감을 테마로 한 산청 동의보감촌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 이름을 딴 산청 동의보감촌은 그 정신과 산청 약초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엑스포주제관을 비롯해 한의학박물관, 한방기체험장, 한방테마공원, 산청약초관, 허준순례길, 한방자연휴양림, 무릉교 등 여러 시설이 거대한 공원으로 꾸며졌다. 한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과 약초밥상까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꼼꼼히 즐기고 나면 백 세까지 거뜬히 살 것 같이 기운이 솟는다.

산청 동의보감촌 맨 위쪽에 한방자연휴양림이 자리한다. 백두대간의 정기가 모여드는 명당이라 하룻밤 숙면과 함께 개운한 아침을 보장한다. 고요한 산청 동의보감촌의 아침을 통째로 누리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청정자연과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인 산청은 곳곳이 면역력 강화 여행지다. 빼곡한 고가와 돌담길이 아름다운 남사예담촌, 젊은 세대 사이에 카페 같은 절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수선사, 문익점 선생이 우리 땅에 목화 씨앗을 들여와 처음으로 재배했다는 목면시배유지 등 발길마다 봄기운이 가득하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