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포수 강민호는 지난해 여름 뜨거웠다.
7월 한달간 20경기에서 76타수31안타(0.408) 11홈런, 26타점. 그야말로 신들린 타격이었다. 시즌 19홈런 중 절반 이상을 7월 한달간 뽑아냈다.
강민호가 잠잠해지자 박병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해 8월부터 달아올랐다. 8, 9월 두달 동안 40경기에서 14홈런, 42타점을 쓸어 담았다. 시즌 23홈런의 절반 이상을 두달 동안 모았다. 9월에는 구자욱이 16경기에서 58타수29안타(0.500), 9홈런 24타점으로 펄펄 날며 정규 시즌 2위에 힘을 보탰다.
돌아가면서 터진 삼성 주포들. 그 덕분에 삼성은 5강 전력이 아니라는 시즌 전 전망을 비웃으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KIA 타이거즈와 자웅을 겨뤘다.
타자에게는 사이클이 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좋은 타자는 그 사이클의 상하, 좌우 폭을 줄이는 선수일 뿐이다.
지난해 사이클을 경험한 삼성 박진만 감독도 이를 감안하고 새 시즌에 돌입했다. 박 감독은 "4번은 강민호 박병호 선수가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 상위 타선에는 김지찬 구자욱 등 좌타자들이 많다. 첫 구상 속에는 또 다른 좌타자 윤정빈도 있었다.
때문에 4번은 오른손 거포가 밸런스 상 필요하다. 강민호 박병호가 거론되는 이유다.
시즌 초는 4번 강민호의 시간이다. 몸살기운으로 선발에서 빠진 2일 KIA전과 5번으로 나선 3일 KIA전 2경기를 뺀 전 경기 4번으로 선발 출전했다.
12경기 44타수17안타(0.386), 11타점. 홈런은 없지만, 2루타가 7개로 장타율 0.545. 득점권 타율이 4할3푼8리에 달할 만큼 찬스에서 집중력이 대단하다.
박병호도 건재하다. 비록 타율은 높지 않지만 결정적인 순간 4홈런과 2개의 2루타를 날리며 0.535의 장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강민호가 빠진 2일 광주 KIA전에 시즌 첫 4번타자로 선발 출전, 4타수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2-2로 맞선 8회 KIA 불펜 에이스 전상현을 상대로 싹쓸이 우중월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권 타율이 3할5푼7리에 달한다. 디아즈는 3일 KIA전에 시즌 첫 4번타자로 출격했지만 4타수무안타에 그쳤다.
시즌 초 당분간은 강민호의 4번 독주가 이어질 전망. 찬스마다 타석에서 놀라운 집중력으로 빗맞은 안타라도 뽑아내며 팀 공헌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더 뜨겁다. 4경기 연속 멀티히트와 연속타점 행진 중. 4경기에서 무려 10안타와 7타점을 홈런 없이 쓸어담았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질 수록 포수라는 포지션 특성상 4번 중책까지 맡기기는 쉽지 않다.
겨우내 빠르고 짧은 움직임을 강화하는 훈련을 통해 순발력을 키운 박병호의 방망이 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디아즈가 주로 1루수 수비를 맡아 지명타자 출전이 잦은 만큼 체력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점이 여름 승부에서 큰 장점이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