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2025시즌 전북 현대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0경기를 치른 1일 현재 5승3무2패, 승점 18로 단독 2위다. 선두 대전 하나시티즌(승점 23)과의 격차가 적지 않은 반면, 7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15)와의 차이는 3점에 불과하다. 유례없는 대혼전이 펼쳐지고 있는 K리그1의 초반 판도 상 전북의 최근 질주는 아직까지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같은 시기 단 2승(4무4패)에 그치며 8위에 머물고 있던 전북이었다는 점을 돌아보면, 올 시즌 초반의 행보는 인상적이다.
전북의 2024시즌 출발은 악몽 그 자체였다. 개막전부터 6라운드까지 3무3패, 무승이었다. 5라운드를 마친 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물러나며 대행 체제로 전환했지만, 완벽한 해답이 되지 못했다. 광주FC와의 7라운드에서 2대1로 이기면서 시즌 첫 승을 따내고, 8라운드에서 FC서울까지 3대2로 잡으면서 연승에 성공했지만, 대구FC와 2대2로 비긴 뒤 인천 유나이티드에 0대3으로 패하면서 또 무너졌다. 5월 말 김두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앉혔지만, 초반부터 크게 처진 순위는 결국 치명타가 됐다. 전북은 반등은 커녕 순위가 더 떨어지면서 결국 파이널B에서도 10위로 마무리하면서 승강 플레이오프로 향해 겨우 생존하는 굴욕을 겪었다.
지난 시즌 전북의 초반 10경기 행보를 돌아보면 공수 밸런스 붕괴가 눈에 띈다. 13골을 넣은 반면, 18골을 내줬다.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클린시트'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0경기 중 승리한 2경기 조차 1골차 승부였다. 반면 올 시즌 10경기에선 15골을 넣었고, 10실점했다. FC안양에 1대0, 대전 하나시티즌에 2대0으로 이기면서 두 번의 클린시트도 작성했다. 3월 16일 포항전(2대2)부터 4월 26일 수원FC전(2대1)까지 6경기 연속 무패(4승2무)를 달리고 있다. 1년 전 기록과 비교해보면 득점에선 큰 차이가 없으나, 수비에선 차이가 두드러진다. 수비 안정이 올 시즌 초반 상승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올 시즌 전북의 수비가 초반부터 안정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개막전이었던 2월 16일 김천 상무전(2대1 승)부터 광주FC(2대2 무), 울산 HD(O대1 패), 강원FC(0대1 패), 포항전까지 5경기 연속 실점이 나왔다. 5경기 7실점 속에 A매치 휴식기에 접어든 전북은 이후 치른 5경기에서 단 3실점만을 기록했다. 앞선 5경기에서 센터백으로 나서던 박진섭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하고, 베테랑 홍정호가 중앙 수비를 책임지기 시작하면서 수비라인이 크게 안정됐다. 여기에 이영재-이승우 대신 강상윤-김진규가 기용되면서 공격 지향적이었던 중원 조합이 공수 전방위를 안정적으로 커버하는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수비가 탄탄해지고 중원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전북 공격의 핵심인 측면에서의 플레이에 힘이 실렸다. 앞서 1m96의 장신 스트라이커 안드레아 콤파뇨의 높이를 활용하는 단조로운 패턴에 머무는 모습도 보였으나, 수비 안정과 중원 강화를 통해 측면, 2선이 살아나면서 득점 루트가 더욱 다양해지는 효과를 얻었다.
물론 전북의 고민이 모두 끝난 건 아니다. 대전전 이후 3경기 연속 실점이 나오고 있다. 3경기 모두 1골씩을 내주는 데 그쳤으나, 안정성 측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거스 포옛 감독도 "앞으로의 과제는 안정성 유지다. 변명거리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과 확연히 다른 출발, 전북의 반등 목표가 성공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은 만들어진 셈이다. 중반 싸움으로 접어드는 시기에서 이런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면서 발전하느냐가 전북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