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도대체 디아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불과 1달 반 전, 4월 초만 해도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와 팬들은 이 선수를 보면 한숨만 쉬었다.
외국인 타자 디아즈. 너무 못 쳤다. 왜 이 선수와 재계약 했느냐는 얘기가 나올만 했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진출팀. 당연히 이번 시즌 목표는 더 높은 곳이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외국인 선수 계약은 필수. 대체 선수로 와 장타력은 어느정도 보여줬지만, 안정감은 떨어지는 디아즈와의 재계약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었다. 몸값도 총액 80만달러로 가성비(?) 자원이었다.
그러니 개막하자마자 퇴출설이 흘러나왔다. 3월23일 키움 히어로즈전 멀티 홈런 경기를 제외하고는, 4월 초까지 홈런은 커녕 안타 구경도 힘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퇴출했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다. 역대 최강 가성비 외국인 타자로 변신해버렸다. 무서울 정도다. 47경기 타율 3할6리 18홈런 52타점. 홈런은 공동 2위 박동원, 오스틴(이상 LG)이 12개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타점도 마찬가지. 2위 레이예스(롯데)가 39타점이다.
식목일 한화 이글스전 시즌 3번째 홈런이 터지며 반전이 시작됐다. 4월6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 홈런포 포함, 4안타 4타점으로 대폭발하며 감을 잡는 듯 했다. 그리고 4월25일 NC 다이노스전 3홈런 7타점 경기를 하며 정점을 찍었다. 4월27일 NC전 2홈런 3타점은 부족한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5월에도 홈런쇼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LG 트윈스전부터 13, 14일 KT 위즈전까지 3경기 연속포가 터졌다. 15일 KT전도 중앙 펜스를 맞히는 2루타가 터졌다. 4경기 연속 홈런도 가능했을 타격감이었다. 1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더블헤더 2차전은 결정적 스리런포 포함 다시 4타점을 추가했다. 팀이 패해 빛이 바랬을 뿐이지, 디아즈의 방망이는 식을줄 모른다.
퇴출 위기까지 갔던 선수가 이렇게 변신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KT 이강철 감독이 힌트를 줬다. KT와 삼성은 지난 주중 포항에서 3연전을 치렀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디아즈가 맹활약한 3연전. 이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약점에 던지면 연신 헛스윙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상대해보니 같은 곳에 던져도 꿈쩍을 안하더라. 카운트 싸움에서 유리해지고, 자기 존을 만들어서 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디아즈의 약점으로 지적된 곳은 몸쪽 높은 코스. 이 공들을 참아내기 시작하며 야구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구단의 디아즈 분석 자료도 흥미롭다. 이 구단은 디아즈의 스윙이 4월19일 기준으로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일단 초구 반응률이 33.7%에서 17%로 줄어들었다. 타석에서 매우 신중해졌다는 의미. 그러니 타석당 투구수가 3.54개에서 4.11개로 상승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볼넷을 얻어내는 비율도 늘어났다.
이 감독의 말대로 카운트 싸움에서 몰리지 않으면서, 자기 만의 존을 설정하고 볼넷을 주지 않기 위해 승부를 걸어오는 공을 받아치며 결과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스윙 자체는 좋았다. 다만, 조급했을 뿐. 선구안이 올라가자 배럴 타구(장타가 될 확률이 높은 볼 스피드와 발사각의 타구) 생산 비율이 9.8%에서 19%로 대폭 상승했다. 그러니 홈런과 장타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50개 이상의 홈런이 가능하다. MVP급 행보다. 이제 다른 팀들도 디아즈를 막을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다. 과연 디아즈가 지금의 불같은 상승세를 계속 쓰며 '코리안 드림'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삼성 야구를 보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생겼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